9월11일 테러참사 이후 적지 않은 시사비평가들이 새뮤얼 헌팅턴의 그 유명한 ‘문명충돌론’을 인용해 왔다. 헌팅턴이 1993년에 발표한 ‘문명충돌론’은 동서냉전이 끝난 상황에서 앞으로의 전쟁은 다른 문명의 국가들, 혹은 문명권간의 갈등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고 현재의 역사적 단계는 바로 문명충돌기의 시작이라는 게 그 주요 내용이다. 헌팅턴의 견해에 따르면 현재의 세계는 서방, 동아시아 유교권, 이슬람권, 힌두, 그리고 슬라브-동방정교권 등의 문명권으로 분류되며 이 문명권들은 문화보다는 상당 부문 종교적 특성에 의해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과 미정부 지도들은 테러가 발생하자 미국민들이 이슬람 신자들에게 분노를 쏟지 않도록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부시 행정부는 테러전쟁 수행을 위해 회교국가들을 포함한 광범위한 국제적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헌팅턴의 예언대로 미국이 문명충돌 전쟁에 빠져드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즉 미국이 중심이 된 서방과 오사마 빈 라덴과 같은 회교 광신도들이 이끄는 이슬람권, 이 양 세력간의 충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자살공격도 불사하는 테러 신봉자들이 극소수라고 해도 그들이 10억 인구의 이슬람권의 비호를 받고 있을 때 어떻게 그들을 패배시킬 수 있을 것인가. 미국 등 서방이 군사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경우 미국의 안보는 보장할 수 없다.
이 같이 서방과 이슬람 문명권간의 충돌을 모면하는 방법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충돌의 성격을 달리 인식하는 데 있다. 현 상황이 헌팅턴의 지적대로 일면 문명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종교가 가장 중요한 단층선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 상황은 문명충돌로 볼 수 없다. 9월11일 테러참사는 말하자면 부족주의자 및 원리주의자 세력들이 세계주의 및 현대를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발발한 기나긴 투쟁의 첫 단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무역센터는 지난 1993년에도 공격을 당했고 지난 9월11일에는 마침내 무너져 내렸다. 전 세계 코스모폴리탄의 수도 뉴욕에 세워져 있던 게 바로 세계무역센터다. 이 건물은 현대의 상징이다. 거대함, 효율성, 익명성 등 모든 게 현대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 건물이 현대를 배격하는 그들 원리주의자들의 공격 타겟이 된 것이다.
미국의 적은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일종의 현대판 나치주의자다. 나치는 코스모폴리탄의 상징인 유대인을 학살함으로써 세계주의를 배격했다. 수백만 캄보디아인들을 학살한 크메르루즈, 사라예보를 폭격해 수많은 인명을 해친 그리스정교 원리주의자 등도 모두 같은 부류다. 이 점을 인식해야 문명충돌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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