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치하 조선총독부는 1920년 4월15일 ‘평양에서 만세소요’란 제목의 신문 기사를 문제삼아 발매 및 반포금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 신문은 "14일 오후 2시 평양에서 약 400명의 청년이 만세를 부르고 많은 시민이 이에 호응하자, 경찰은 크게 놀라 발포하는 등 약 20분간 전 시가를 뒤덮는 소란이 일어나 구속된 자가 수십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3.1운동 첫돌을 기념해 전국에서 열린 만세운동 가운데 최대규모였던 이날 평양시위에 일제는 보도통제 조치를 취했다. 이 시위가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면 식민통치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던 것이다. 일제는 사전통제는 물론, 행정 및 사법처리 등 사후 통제도 서슴지 않았다. 자신을 성토하는 한 시위가 보도되면 불리할 것으로 판단해 차단했다.
1998년 7월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는 개혁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대거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1979년 호메이니를 중심으로 궐기한 이란인들이 이슬람 혁명을 일으켜 팔레비 정권을 무너뜨리던 당시의 기세를 재연하는 듯했다.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보수파들은 의외로 변화를 갈망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보도되는 것을 통제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시위가 보수파를 겨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손을 쓰지 않았다. 되레 TV와 라디오를 적극 활용해 학생 시위를 보도하는 동시에 이 시위가 미국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이란 국민들 사이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반미감정을 교묘히 역이용했다.
뉴욕테러 용의자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의 대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있은 직후, 미리 준비한 비디오 성명을 통해 성전을 선포하는 모습을 미국의 미디어들이 그대로 받아 반복해서 방송한 데 대해 갑론을박이 시끄럽다.
"미국을 타도하자며 이슬람의 궐기를 촉구한 선동적인 내용을 미국 TV, 라디오가 전달하는 것은 잘못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이 방송광고를 하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드는데, 우리를 해치려는 테러리스트에게 기회를 제공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미디어가 너무 센세이셔널한 것만 좇는 것 같다" 미디어의 보도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견해다.
반면, 찬성하는 측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언론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테러리스트 이미지와 달리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을 보고 가벼이 여길 상대가 아니란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빈 라덴의 선동이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했다"
빈 라덴 비디오를 방송한 데 대한 찬성과 반대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분명한 것은 상대를 이기려면 그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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