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상징인 할리웃이 극심한 테러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명의 관광객과 샤핑객들로 활기에 찼던 할리웃 블러버드에는 테러 발생 후 한달새 관광객들의 발길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찬바람만 불고 있다. 주류언론들은 한산한 할리웃 거리와 근심에 찬 상인들의 표정을 빗대 지금의 할리웃을 ‘상심의 거리’(Boulevard of Broken Hearts)라고 표현할 정도다.
17일 오전 11시 오렌지와 라브레아 애비뉴 사이 할리웃 블러버드를 따라 관광버스 4대가 정차했다. 하지만 버스마다 내리는 관광객은 스무 명도 채 안됐다. 테러 전 같은 시간대에는 캠코더와 카메라를 들고 상점과 거리를 기웃거리는 관광객들이 거리를 메우고 할리웃 일대를 안내하는 미니밴들이 도로를 오갔지만 요즘엔 손님은 물론 일에 열중하는 종업원들의 모습조차 찾기 힘들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 식당들의 경우 점심시간이 다됐는데도 사람들이 들어차지 않았다. 테러를 연상시키거나 폭력적인 할리웃 영화 작품들이 연이어 개봉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바람에 오후가 되면 극장 앞에 장사진을 이뤘던 영화팬들의 모습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차이니스 맨 디어터 옆에서 기념품점을 운영하는 고성길씨는 "과거에는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아들어 외부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서는 관광객은커녕 인근 극장에 영화를 관람하러 오는 사람까지 줄어들어 해질 무렵이 되면 거리가 텅 빈다"면서 "늦게까지 가게문을 열어놓을 필요도 없고 무섭기까지 해서 과거보다 3~4시간 일찍 영업을 마친다"고 말했다.
액세서리와 기념품을 파는 ‘할리웃 메모리’ 사장인 제이 김씨는 "가게에 오는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든 데다 열쇠고리 등 금속제로 만들어진 액세서리 등은 구경만 하고 돌아가 매상이 바닥"이라며 "종업원들의 근무시간을 조정해 혼자 가게를 지키는 시간이 많은데 손님이 없어 시간 보내기가 무료할 지경"이라고 푸념했다. 김씨는 "손님들이 금속성 기념품을 사지 않고 물건구입도 꺼리는 경우가 많은 데 이는 LA 국제공항에서의 수화물 검색이 강화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23년 동안 할리웃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해온 ‘안드레 피자’의 서니 강씨는 "요즘처럼 손님들이 없기는 영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라며 "내달 8일 코닥극장과 대형 샤핑몰이 개관하면 장사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삼호관광 안내원 폴 김씨는 "친지방문이나 효도관광으로 한국에서 오는 방문객이 주로 할리웃을 찾는데 테러 이후 그 숫자가 크게 감소해 걱정"이라면서 "항공편 이용 기피현상이 일시적인 현상이길 바랄 뿐이며 하루속히 전쟁이 끝나고 미국의 안전이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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