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는 언제 돌아 오나요..."
▶ 6세꼬마 아직도 옷품고 잠들어
뉴욕 월드 트레이드센터와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 잔해 아래 묻힌 5,000여명의 피해자들 대다수는 아내나 남편 혹은 어린 자녀를 뒤에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이번 테러로 부모를 여윈 아이들을 집계한 공식 통계는 아직 없으나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700명의 직원을 잃은 회사 칸터 피츠제럴드의 경우, 1,500여명의 어린이들이 부모를 잃었고 식당 ‘세계의 창가’에서 근무하다 목숨을 잃은 73명의 직원들은 150명 이상의 자녀들을 뒤에 남겼다. 9월11일 테러로 숨진 피해자들 가운데 최소한 13명은 임신한 아내와 유복자를 둔 채 세상을 하직했다. 관계자들은 편부나 편모를 잃어버리고 사실상 고아가 된 어린이들만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심리학자들과 아동복지 관계자들은 이번 테러의 어린 피해자들이 부모를 여윈 고통과 더불어 역사적인 사건의 증인이라는 이중의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앞으로 성장하는 동안 TV를 통해 테러공격의 장면을 되풀이해 보게 될 것이 틀림없다.
특히 실종자가 많은 반면 묻을 시신은 적은 이번 테러사건으로 어린이들의 받은 상처는 컸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머니나 아버지를 기다리다 결국 실낱같은 희망이 좌절되면서 그만큼 더 깊은 상처를 받게 된 것이다.
앤드류 피카로(15)도 취리히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는 아버지 루드빅 피카로(44)가 9월 11일 귀가하지 않았을 때에도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 날 오전 9시1분께 아버지가 "나는 무사하다"고 전화를 했고 같은 104층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TV에 나왔기 때문에, 시내 어딘가에서 충격을 삭이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사건 다음날부터 맨해턴 일대에 아버지의 포스터를 돌린 앤드류는 3일째가 되어서야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앤드류는 영결식에서 "아버지는 포부가 컸지만 기다리지 못했고, 고상한 목적을 가지셨지만 운이 없으셨다"며 "비록 짧은 인생이었으나 아버지는 충실한 삶을 사셨다"고 추모했다.
그러나 앤드류보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적응하기 훨씬 어려운 상황이다.
식당 ‘세계의 창가’에서 일하던 아버지 모하메드 쵸드허리(39)를 잃은 파히마(6)는 아직도 아빠의 촉감을 느끼고 싶어 매일 밤 그의 옷을 손에 쥔 채 잠든다. 그래서 한번은 브라힌 아쉬라피(29)가 딸 파히마에게 "아빠를 느끼고 싶으면 눈을 감고 내게 안기라"며 포옹하자 파히마는 "아빠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브라힌은 둘째 아기 파카드를 테러 이틀 후인 13일 출산했다.
관계자들은 일부 어린이들은 슬픔을 극복하지 못해 향후 성장하면서 성적이 떨어지고 마약에 빠지는 등 일탈행동을 보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이혼한 편부나 편모와 자란 어린이들은 그동안 자신들을 소홀히 대했던 어머니나 아버지, 혹은 친척들이 배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벌일 양육권 소송으로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jeanwo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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