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일까봐 엄두도 못 낸다”는 말이 가장 가슴에 박혔다.
다른 마라톤 대회에서 주는 1, 2, 3등 기록자 수여도 안 하기로 했다. 대신 ‘함께 러너’라는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동료 러너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내 기록과 관계 없이 도와줄테니 도움을 요청해 달라는 스티커를 몸에 붙이고 달리는 제도다.
행사장에는 장애인 물품보관소와 탈의실을 따로 만들었다. 발달장애인 러너들이 불안해 할 때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심신안정실을 만들었다. 무대에는 수어통역사가 섰다. 휠체어나 유아차 이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부터 행사장까지 오는 정보도 제공했다. 마라톤 당일, 아침에 비가 와서 초조한 마음으로 행사장에 도착해 러너들이 첫 출발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출발 신호가 올리자 맨 앞 줄에 시각장애인 러너들이 가이드 러너와 함께 출발했다. 맨 앞에 휠체어 이용 러너들을 배치했다. 유아차를 미는 부모 러너들이 그 뒤를 이었다. 휠체어를 밀고 출발한 한 러너는 이렇게 말했다. “분위기가 좋았어요. 아무래도 일반 마라톤에 갔을 때는 다른 러너들 방해가 안 되려고 구석에서 눈치를 보며 출발했었거든요. 눈치볼 필요가 없이 모두 다 같이 뛴다는 게 좋았어요.”
우비를 쓰고 참가한 한 휠체어 이용자는 자신의 SNS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마라톤에 나갈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그저 평범한 마라톤 대회의 그저 평범한 첫 러닝 경험을 딸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에 보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실시한 마라톤이었지만 개회사를 준비하며 ‘장애’라는 말을 단 한마디도 쓰지 않았었다. “오늘은 같이 달리는 날입니다. 다양한 러너들이 계세요. 서로를 배려하며 즐겨 주시길 바라요!”
그날의 모든 러너들이 ‘그저 뛰는 방법이 좀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뛰었던’, 또는 ‘처음으로 마라톤에 나갔던’ 그 날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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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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