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총영사관이 민원처리 수수료를 현금이나 머니 오더만 받겠다고 밝혔다. 민원 창구에 커다랗게 써놓고 그렇지 않으면 서비스를 않겠다는 태세다. 한달에 3~4건 정도 부도수표가 발생하는데 그게 보통 일이 아니므로 개인 수표는 안 받기로 방침을 바꾸었다는 영사관측의 설명이다.
한달 3∼4건의 부도는 액수로 도대체 얼마나 될까. 건당 100달러로 후히 잡아 300∼400달러라고 치자. 1년이면 4,000여달러다. 경기가 어려운 요즘이니까 연간 무려 4,000달러에 이르는 거금의 국고 손실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 내놓은 갸륵한 애국심의 발로인가. 아니면 행정 편의주의 발상에서 나온 조치인가.
그 동기야 어찌됐든 참으로 대단한 발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같은 조치는 우선 미주 동포를 믿지 않겠다는 각오와 배짱이 바탕에 깔려 있지 않고서는 여간 내리기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미주 한인 전체를 수표부도 상습범으로 보지 않고서는 떠올릴 수 없는 아이디어여서 하는 말이다.
하긴 근 20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으니까 아이디어랄 수도 없겠다. 제 5공화국 시절 관광목적으로 해외에 나간 일부 여성들이 일본 등지의 환락업소 접대부로 취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당국은 즉각 조치를 취했다. 독신 여성의 해외여행을 사실상 막는 극히 까다로운 규제를 가했던 것이다. 뒤집어 보면 당시 정부당국은 한국의 독신 여성을 몽땅 윤락녀 용의자로 취급한 것과 진배없었다는 이야기다.
적극 행정의 시대다. 능률 행정의 시대다. 그도 모자라 감동을 주는 행정의 시대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51%의 시민이 규칙을 지킬 때 다수를 위해 그 규칙을 끝까지 존속시키는 게 적극 행정이다. 민원 서비스의 극대화를 위해 개인수표는 물론이고 각종 크레딧 카드 결제가 가능하게 시설을 갖추는 게 현 추세요, 그 것이 능률 행정이다. 이로 그치는 게 아니다. 가급적 친절한 서비스로 감동을 주는 행정이 요구되는 시대다.
아무튼 이번 LA 총영사관의 방침은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결정이라는 생각이다. 시대와 아랑곳없이 일편단심으로 ‘대한민국 정부기관은 행정 편의주의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정부기관’임을 과시한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본국 정부에 개선책을 건의할 것도 없다. 영사관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해서 하는 말이다. 민원 서비스 개선에 적극 나서는 영사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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