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9시. 프리웨이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켜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한 한인여성 곽나현(27)씨에 대한 형량선고 공판이 열린 LA카운티 수피리어 코트 패사디나 지법 B 법정.
곽씨의 가족·친지는 물론이고 사고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가족들도 아침 일찍부터 법정에 나와 초조한 모습으로 선고공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판이 지연되면서 이날 처음 만난 곽씨의 아버지와 법정 밖 복도에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잡았다.
울먹이는 가족들을 달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서도 기자의 인터뷰에 응한 곽씨의 아버지 이덕성(63)씨는 기도하듯 두손을 맞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본의 아니게 큰 잘못을 저지른 자식을 둔 아버지로써의 착잡한 심경과 함께 딸의 최근 근황을 전했다.
이씨는 "감옥에 갔을 당시 딸아이가 밥도 제대로 못먹을 정도로 힘들어 했으나 1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어떤 벌도 달갑게 받겠노라고 다짐했다"며 "딸의 잘못으로 고통을 당한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그저 죄송할 따름"이라고 대신 용서를 구했다.
매주 한번씩 교도소에서 곽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녀가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는데 큰 힘이 돼준 임승호(45) 목사는 "나현이가 감옥에서 믿음과 신앙을 키웠으며 새사람으로 거듭 태어났다"며 "감옥에서 나오면 한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약 및 음주 퇴치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고 전했다.
곽씨의 수감생활을 정기적으로 체크한 LA카운티 보호관찰관은 곽씨를 불쌍히 여긴 나머지 감옥에서 그녀를 만날 때마다 함께 부둥켜 안고 울었다고 한다. 이 보호관찰관은 또 곽씨가 그동안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했으며 진심으로 잘못을 회개하고 새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판단, 재판부에 법정 최저형량인 4년의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법정에 출두한 곽씨는 마음의 평화를 되찾은 듯 밝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뜻밖에도 선고공판에서 판사는 "곽씨에 대해 더 알아본 뒤 형량을 선고하겠다"며 선고공판을 내년 1월로 연기했다. 법정에서 흐느끼는 가족들을 향해 곽씨가 보낸 환한 미소는 ‘전 괜찮으니 아무 걱정 마세요. 감옥에서 나가면 다시 태어났다는 각오로 열심히 살께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곽씨는 감옥에서 4년을 보낼수도, 아니면 그 이상을 보낼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곽씨가 자유의 몸이 되면 악몽같은 과거를 훌훌 털어 버리고 멋지고 보람찬 인생을 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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