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더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 "승리는 이제부터"라고 소리쳐봐야 귀기울어줄 이조차 없을 만큼 궁지에 몰린 한국축구가 다시 승부의 잔디위에 오른다.
무대는 변함없이 패사디나 로즈보울 구장. 한국은 27일 정오 이곳에서 울려퍼질 킥오프 휘슬을 신호로 난적 멕시코와 골드컵 4강행 티켓이 걸린 준준결승전에 돌입한다.
멕시코는 98년 프랑스월드컵 한국전에서 2골을 몰아치며 태극팬들의 억장을 무너뜨렸던 간판골잡이 루이스 에르난데스·현란한 발재간과 동물적인 골감각을 자랑하는 콰테목 블랑코 등 알짜들을 모두 뺀 채 2진급으로 출전했지만 한국으로선 언제 어디서 만나도 까다로운 상대.
선수층이 두터운 멕시코는 특정선수 의존도가 비교적 낮은데다 히스패닉 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업고 사실상 홈게임을 치르는 반면 한국은 일본에서 활약하는 유상철·황선홍·최용수 3인방이 소속팀 일정때문에 24일 일본으로, 수비수 이민성이 부상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 전력누수까지 겪고 있다.
그렇다고 이것들이 히딩크사단에 선데이전투의 내용·결과 불문 ‘사전 면죄부’를 주는 건 결코 아니다. LA 갤럭시와의 연습경기 패배(0대1·16일)은 차치하더라도 월드컵 맞수 미국과의 골드컵 첫판 쓴잔(1대2·19일), 한두점차로 이겨도 시원찮을 쿠바전의 치욕적인 무승부(0대0·23일)로 벼랑에 몰린 한국의 단기적 명예회복은 멕시코전 승리밖에 없다.
거스 히딩크 감독 역시 골드컵은 월드컵 대비용이라며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한국축구 체질강화를 위한 ‘예정된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자락을 깔면서도 멕시코전마저 놓칠 경우 가뜩이나 풀죽은 태극사단이 장기 슬럼프에 빠질 것을 우려, 남은 전력을 최대한 가동해 필승 맞불을 지핀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그는 황선홍과 최용수가 빠진 포워드진에는 김도훈-차두리-이동국중 당일 컨디션에 따라 2명을 선발 출장시키고 후반에 기회를 봐 나머지 1명을 조커로 기용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게임을 거듭할수록 쑥쑥 성장하고 있는 차두리(왕년의 수퍼스타 차범근의 아들)와 부상악몽에서 헤어나 제기량을 되찾고 있는 이동국은 둘다 20대 초반으로 노쇠기미를 보여온 한국축구 공격라인의 대안세력 쌍두마차.
특히 이동국은 2000년 골드컵 코스타리카전에서 태극마크 데뷔골을 터뜨리는 등 이번 대회와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어 기회가 주어지면 사력을 다해 멕시코 골문을 유린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또 쿠바전에서 센터백 역할을 무난히 소화한 송종국에게 수비사령관을, 이천수 박지성 최태욱 등 청소년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신예들에게 공수 연결고리를 맡겨 멕시코가 버티고 선 8강 고개를 넘는다는 계획이다.
한국-멕시코전은 라디오서울(라디오)과 히스패닉방송인 채널34번(TV)을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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