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테러 사태 이후에 생겨난 세계무역센터 사진 전시회가 추수감사절 이후부터 문을 닫으려 애써왔지만 계속 열 것을 요구하며 밀려드는 관람객들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소호에서 열리고 있는 ‘여기에 뉴욕이:사진 민주주의’ 전시회는 현재 하루에 3500명 가량의 뉴요커와 관광객들이 몰려 들어 그 날의 비극을 되새기는 일종의 사당이 되고 있다. "그라운드 제로에 가봐야 아무것도 볼 것이 없거든요. 지금 보러 오는 사람들은 아마 대부분이 관광객일 겁니다. 이 사진을 통해 뭐가 현장을 목격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거죠"라고 전시회 홍보책임자인 에이미 웬츠는 말한다.
이 전시회는 현재 이 전시회에 무료로 장소를 제공하는 프린스 스트릿의 건물 주인인 마이클 슐런과 3명의 이 지역 거주 화가 및 사진작가들이, 개중에는 전문 사진작가도 포함되어 있을 수천명의 뉴욕 주민들이 9월 11일 및 그 직후의 광경들을 사진으로 기록해 놓았을 것임을 깨달으면서 생겨나게 됐다.
이들이 그중 가장 좋은 사진들을 모아 기록으로 보관하고 기증할 창구를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거의 하룻밤 사이에 작은 가게 하나를 넘쳐날 정도로 많은 사진과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사는 웬츠 같은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기 시작, 거의 300명의 시간과 노력이 합해 전시회가 성사됐다.
현재 전시회장 및 웹사이트(www.hereisnewyok.org)의 양쪽으로 출품된 사진은 4천장으로 벽에 걸린 것도 있지만 그냥 천장에서 내려온 줄 끝에 매단 클립에 꽂혀있는 것도 많다. 찍은 사람 모두가 작가로서의 권리를 유보한 이 사진들에는 작가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유명한 사진기자가 찍은 것인지, 아마추어가 찍은 것인지 구별할 방법도 없다.
장당 25달러에 사진을 팔아 남은 모든 수익금은 이번 테러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위한 ‘칠드런스 에이드 소사이어티’에 헌금하는데 지금까지 50만달러 정도가 모였다. 가장 잘 팔리는 사진들은 세계무역센터 건너편의 부서진 건물 안에서 찍은 것들로 깨진 유리창이 십자가 같은 모양의 프레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의 어느 평일 오후, 전시장 안은 발 딛을 틈 없이 만원이고 밖에는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전시장 안에서 사람들은 여러 나라 언어로 저마다 9월 11일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다.
"여기 와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과 단절감을 느낄 것"이라는 이 전시회의 공동창립자이자 시각미술대학원 사진과장 찰스 트럽은 사진을 보러 오는 것은 이번 사태로 죽은 사람의 시신을 찾으려는 것과 마찬가지 심리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경험을 그냥 잃어버리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 덕분에 미국 사람들이 온 세상에서 일어나는 이런 종류의 일들에 대해 훨씬 더 많이 마음쓰게 되는 것이 저의 바람이구요"
이같은 이 전시회의 흡인력 때문에 사진들의 향후 거취 문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제 거의 개축이 끝난, 시청 옆의 ‘트위드 법원’이 보관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적절한 보관 및 전시 시설을 마련할 예산이 없는 형편이다. 몇 개 화랑은 그중 저명 사진기자의 작품만 보관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이 전시회의 원래 의도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트럽은 강조한다.
소매점 ‘타겟’이 이 전시회 작품들을 가지고 3월부터 시카고와 3개 다른 도시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후원할 예정이며 다음달이면 그중 300점이 독일내 서너개 도시 순회전시길에 오른다. 이밖에도 전세계 40개 도시가 전시회를 요청해왔으나 주최측은 기업들을 상대로 한 모금활동 경험이 전혀 없이 매일 매일 운영하기도 힘이 벅찬 형편이라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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