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말~20세기초, 2500여명 흑인에 자행
▶ 2년 논란 끝에 ‘린치’에 관한 사진전 개막
2년전 쯤의 어느 봄날, 지미 앨런과 릭 비어드는 아틀랜타의 부촌 벅헤드의 고급 식당에서 만났다. 훌륭한 요리를 먹으며 두 사람은 아틀랜타 역사상 가장 강렬하고도 논란의 대상이 될, 묵은 사진 전시회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교환했다.
수집가인 앨런은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남부 전역에서 흑인들에게 린치가 자행되던 시절의 사진 75점을 갖고 있었다. 그의 사진집 ‘피할 곳도 없이’는 전국적인 베스트 셀러였다. ‘아틀랜타 히스토리 센터’의 관장인 비어드는 그 사진들을 걸어 놓을 장소를 가지고 있었다. 윤이 나는 목재와 대리석, 유리로 된 전시장은 수천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앨런은 비어드에게서 주저의 기미를 느낄 뿐이었다. 새로운 남부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애틀란타에 이제는 묻혀진 역사적 죄악을 다시 들쑤셔 내보이는 일에 별로 흥미가 없어 보이는 채 자꾸 "아틀랜타가 이런 사진을 받아들일 태세가 되었을까?"만 물었다.
이제 드디어 그 대답이 나왔다. ‘피할 곳도 없이’에 실린 사진들은 오는 5월부터 12월까지 히스토리 센터가 아닌, 마틴 루터 킹 국립유적지의 한 작은 방에서 전시될 예정이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멀어졌다.
서로 ‘거짓말장이’니 ‘인종차별주의자’라며 공개적으로 언쟁을 벌인 두 백인 남자는 아마 평생 말을 하지 않고 지낼 것이라고 주변에서는 말하는데 이들의 언쟁은 백인들이 흑인들에게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사진에 대한 아틀랜타의 불안감을 잘 반영하고 있다.
’피할 곳도 없이’가 2000년에 ‘뉴욕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에 전시됐을 때 관람객은 5만명으로 이 박물관 역사상 가장 많았지만 그곳에서조차 이 전시회는 한 직원이 끈질기게 고집해서 성사됐다. 그러니 ‘린치’라는 일에 아틀랜타 히스토리 센터나 남부 전체가 몸을 사리는 것은 이해할만한 일이라고 흑인역사가 조셉 조단은 말한다.
그러나 린치는 미국 역사, 특히 남부 역사의 핵심 부분이다. 최근 1998년에도 텍사스주 재스퍼에서 3명의 백인이 흑인 제임스 버드 주니어를 트럭 뒤에 매달아 끌고 다니다 죽여 전국적으로 분노의 대상이 되었지만, 앨런이 가지고 있는 알맹이가 거칠게 보이는 흑백사진들은 린치 같은 잔혹행위가 흔하다 못해 장려되기까지 하던 시절을 또렷이 되살려주고 있다.
조지아대학의 사회학자로 ‘폭력의 축제’라는 책을 공동저작한 E.M. 벡과 스튜어트 톨네이는 1882년 이후 반세기동안 린치당한 흑인 남, 녀, 아동의 숫자를 2500명 정도로 잡는다. 이들이 찾아낸 서류에 따르면 그렇게 사람을 죽인 이유는 도둑질, 폭행, 살인도 있었지만 (백인들이 싫어하는) 당에 투표, 백인과 말씨름, 존중을 요구, 백인여자와 같이 살아서, 투표하려고 해서, 백인을 고발해서 등등이었다. 조지아주의 린치 건수는 최소한 423건으로 미시시피 다음으로 많다.
"백인들은 우리가 동료 시민에게 어떤 짓을 해왔는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에모리대 흑인미술박물관 큐레이터 랜덜 버킷은 "몇 주, 몇 년도 아니고 몇십년동안 그런 짓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상상할 수 없어 사진을 보면서 도대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게 된다"고 말한다.
’피할 곳도 없이’에 나오는 사진 중에 새뮤얼 호세의 것이 있다. 1899년 4월에 체불 임금 문제로 따지는데 총을 집어든 백인 상사 알프레드 크랜포드를 도끼로 치고 도망친 호세에게는 곧 그가 아무 이유 없이 크랜포드를 죽였고 그의 아내를 강간했다는 거짓 보고에 근거한 수배령이 내렸다. 잡힌 그는 재판도 없이 처형됐다. 나무에 달린채 불태워졌는데 나중에 기념품으로 그의 시체 껍질을 벗기고 뼈를 추려간 자도 있었고 심장 조각들을 조지아 주지사에게 선물로 보냈다. 당시 현장은 2000명이 지켜봤으나 경찰은 아무도 심문하지 않았다. 바로 이런 이야기들이 전시회와 함께 되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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