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듯 뛰는 미국, 제자리를 맴도는 한국. 골가뭄과 승리기근에 허덕여온 한국이 20일 북유럽 핀란드를 상대로 올해들어 처음 화끈한 승리(황선홍의 막판 연쇄골로 2대0)를 거뒀지만 같은날 발표된 세계축구연맹(FIFA) 산정 월간랭킹은 여전히 한국을 시원찮은 팀으로 분류하고 있다.
물론 FIFA 랭킹은 매달 발표되는 일종의 ‘내신성적’에 불과할 뿐이다. 다음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이번 랭킹은 3월2일까지의 전적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으로 핀란드전 승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본선첫승·16강진출을 벼르는 아시아최초 월드컵개최국 한국으로선 ‘우리의 낮은 자리’보다 본선에서 맞서게 될 ‘저들의 높은 자리’가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한국은 2월과 똑같이 41위. 내밀 건 없지만 40위 안팎 다른 나라들이 덩달아 죽을 쒀준 덕분에 지난해 12월에 비해서는 한계단 앞당겨졌다. 핀란드전을 포함해 올해들어 1승3무(골드컵 준준결승 멕시코전 승부차기 승리는 공식기록상 무승부) 4패를 기록한 한국으로선 핀란드전 쾌승이 반영됐다 하더라도 크게 나아질 건 없다. 핀란드의 랭킹(47위)이 워낙 낮은데다 한국이 그 이전 튀니지전(29위)에서 득점없이 비겨 가산점을 받을 요인이 적은 것이다.
반면 한국축구 소원성취를 위해 반드시 찍어눌러야 할 제물로 꼽아놓은 미국은 까마득히 앞선 13위로 채점됐다. 지난해 연말랭킹(24위)에서 11계단이나 뛰어오른 쾌속항진이다. 지난달 이탈리아전 패배 말고는 북중미 골드컵 우승 등 승승파티(올해 전적 6승1무<승부차기로 승리>1패)를 벌여온 데 따른 응분의 시세평가이다.
월드컵 D조에서 한국과 맞붙게 될 또다른 상대 포르투갈은 2월보다 2계단 내려앉은 6위에 랭크됐고 폴란드는 3계단 올라선 33위를 차지했다. 월드컵 공동개최국 일본은 변동없이 38위. 지난달 싱가포르와의 평가전에 이어 태국 킹스컵 대회에 출전하는 등 서서히 국제무대 복귀를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는 북한은 전달보다 13계단 높은 126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미드필드의 예술가’ 지네딘 지단 지휘아래 월드컵과 유럽선수권 타이틀을 동시에 틀어쥔 프랑스가 몇달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아르헨티나(2위) 브라질(3위) 이탈리아(4위)가 뒤를 이었다. 프랑스·아르헨티나의 선두각축은 당연지사. 얼마전 약체 아이슬랜드에 6대0 대승을 거둔 게 고작일 정도인 브라질이 포르투갈(6위)·잉글랜드(12위) 등 요즘 잘나가는 강호들을 제치고 3위로 대접받은 게 되레 이상하게 비쳐진다. 이는 그달의 성적뿐 아니라 몇달 몇년치 성적을 가중치를 달리해 합산하는 방식때문이다.
눈길을 더욱 끌어당기는 건 지역예선 탈락으로 한·일 월드컵 잔디를 밟지도 못하면서 랭킹은 엄청 높은 ‘불운의 강호들’. 콜롬비아는 브라질 등 버거운 라이벌들을 연파하고 코파 아메리카(남미선수권) 정상에 오른 데 힘입어 본선탈락팀들중 최고인 5위를 차지했고 오렌지군단 네덜란드가 9위로 평가됐다. 그밖에 유고(11위) 체코(14위) 루마니아(17위) 등 지역예선에서 물을 먹은 유럽강호들이 탑20 안쪽 상위권에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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