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술피리’ 특별인터뷰
▶ 오페라 ‘마술피리’ 서 열연 조수미씨
"어쩌면 이번 LA 오페라와의 무대로 밤의 여왕 역할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The Magic Flute)에서 선과 악을 초월하는 ‘밤의 여왕’을 맡아 열연하는 소프라노 조수미씨는 그래서인지 이번 LA 오페라와의 무대에 특히 애착이 간다고 인터뷰의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맡았던 수많은 역할 중 특히 밤의 여왕은 분신처럼 느껴지는데 그만큼 힘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은 그녀는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번 공연에서 혼신의 열정을 쏟아낼 각오다.
하늘처럼 높은 음역과 난이도로 세계에서 조씨를 포함한 불과 몇 명의 소프라노만이 소화해내는 밤의 여왕 역은 조수미의 명성을 뒷받침하는 큰 부분이지만 그에 비례해 온통 기운을 빼앗는 묵직한 부담이기도 하다. ‘밤의 여왕’으로 쏟는 기력을 조금 분산시켜 더 많은 역할과 무대에서 골고루 쓰겠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하지만 거장 캬라안이 ‘신이 내린 목소리’라며 극찬한 그녀의 목소리를 앞으로 ‘마술피리’에서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조금 아쉬운 노릇이긴 하다.
이번 LA 오페라 공연 때문에 조씨와 함께 지내고 있는 어머니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극중 조씨는 무대 공중에 높게 설치된 그네에서 열창을 뿜어내는데 며칠 전 리허설 현장을 봤던 그녀의 어머니는 행여 딸이 부상이라도 입을까 노심초사하는 것.
"어머니는 무대가 너무 위험하다고 여간 걱정이 아니세요. 사실 저도 10미터 가까운 높이라 은근히 겁은 나지만 관객들에게 멋진 공연을 선물할 수 있기에 노래와 연기에만 신경을 쏟을 작정입니다"라는 말에서 그녀의 원숙한 프로기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또박또박 조리가 분명한 그녀지만 일단 무대에 오르면 신들린 듯 변하는 것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무대에 서면 뭔가 확 씌운다고 할까요. 저도 모르게 힘과 열정이 솟아나죠. 힘든 줄도 모르고 기쁜 마음으로 연주를 하게 됩니다"
일년 365일 빡빡한 일정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를 누비는 조씨는 로마와 뉴욕에 거주지를 두고 있지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60일도 채 되지 않는다. 연주가 없으면 영화도 즐기고 수퍼마켓도 가는 일상의 삶을 누리지만 그러기엔 객석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제 인생의 95가 음악이고 제 개인의 시간은 밖에 되지 않지만 그 시간은 한없이 소중합니다"라는 그녀는 자신을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아이’라고 표현한다. 늘 무대와 음악만을 접하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겨를이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서 조금 미숙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래서 더욱 투명한 노래를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라는 조씨는 "음악에 저에게 간직된 모든 감성과 진실을 담으려고 합니다. 사람들의 가슴속에 그것이 전달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저에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생각하지요"라며 의욕을 전했다. 앞으로는 오페라 뿐 아니라 더 많은 대중적 무대에도 오를 계획이다.
그녀의 LA공연 때마다 할리웃 보울이며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의 객석을 메우는 한인 팬들에게 갖는 애정도 남다르다. 단순히 무대와 예술가의 관계를 넘어 한국을 떠나 남의 땅에 둥지를 튼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일까.
"미국에 살면서 한국의 소중한 것을 간직하는 한인들의 변함 없는 성원과 배려로 늘 힘이 납니다. 이번 무대 뿐 아니라 항상 제 노래가 그 분들에게 생활의 기쁨과 위안을 드린다면 저에게도 행복이지요"라는 그녀의 LA오페라 ‘마술피리’ 공연은 지난 24일 시작돼 내달 14일까지 9회 준비돼 있다. ‘한국일보의 밤’으로 준비된 4월12일 밤 7시30분 무대는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 객석을 한인들로만 채우는 커뮤니티 행사로 펼쳐질 예정이다.
<이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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