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간 120권에 담아 삶의위안 청량제역 톡톡
이민사회에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월간교양지 ‘광야’(발행인 박희성 목사)가 어느덧 발행 10년을 맞았다.
4.29 폭동직후인 92년 5월호를 시작으로 미주에서 태어난 광야는 현재 세계 50여개국에 1만여명의 독자층을 보유할 만큼 튼실하게 성장했다.
기쁜 마음으로 10년째 광야를 ‘일궈온’ 박희성· 박명순씨 부부의 감회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만든 120권의 광야는 이들 부부에게 친자식이나 다름없는 보물이자 주마등처럼 스쳐간 시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소중한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누런 갱지로 만들었던 창간호부터 곧 발간될 10주년 기념 5월호까지 어느 것 하나 눈물과 땀이 배지 않은 것이 없다.
"80년대에 태국, 브라질 등지로 선교활동을 하면서 해외에 퍼져있는 동포들을 위한 뭔가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는 박희성 목사는 "바쁜 이민생활에서 쉽게 읽힐 수 있도록 짧고 간편한 그러나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기획한 것이 광야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외국에 사는 한인들이 처한 각박한 환경에 촉촉한 삶의 위안과 기쁨을 주자는 취지로 탄생한 이 잡지는 한 손에 잡히는 아담한 크기와 두께 속에 담긴 글들은 은은한 울림으로 묵직한 감동을 남겨준다. 독자는 오지의 선교사, 주부, 학생, 전문직 종사자 등 골고루 넓게 분포돼 있다.
편집과 교정 등 전반적인 제작을 책임지는 박명순씨는 각 지역 독자들의 진솔한 글이 실리는 ‘문예광장’을 늘 책의 서두에 뽑는데 그 이유를 "각 지역 한인들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산 경험으로 쓰여진 일반인들의 글이 가장 값지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들 부부에게는 지난 10년간 책을 만들며 보람 있는 일도 무성했다. 광야에 실린 장애아동의 글을 읽은 독자들에게서 성금과 후원요청이 답지했는가 하면 어려운 고학생의 대학 등록금을 선뜻 내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타주의 한 독자는 이웃 미장원에 광야를 건네주러 갔다가 업주가 강도 당하는 것을 경찰에 신고해 구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한 때는 운영비가 없어 독자들에게 공개적으로 3년 정기구독을 요청하는 편지를 띄운 적도 있고, 우송료가 없어 초조해 하다가 한 독자로부터 날아온 백지수표를 손에 쥐었지만 차마 쓰지 못한 추억도 있다.
지난 93년부터 96년까지는 한국의 전방부대에 무료로 매달 2.000권 정도의 광야를 보내 군인들의 정서생활을 도왔는데 지금은 자금사정으로 중단했다. 박명순씨는 "고생하는 장병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어 보람이 컸지만 IMF이후 광고문제가 끊기면서 잠정 중단됐다"며 "여건이 되면 반드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아쉬워했다.
지난 99년부터 광야에서 주관하기 시작한 광야신인문학상을 통해 8명의 신인들도 한국문단에 배출했다. 이 문학상은 시인 김남조씨, 소설가 박완서, 이문열씨 등 권위 있는 심사위원진을 자랑하며 해당작품이 없을 때는 수상자를 뽑지 않는 엄격한 심사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박 목사 부부는 5월2일 오후 6시 용수산에서 10주년 기념식을 조금 성대(?)하게 치를 작정이다. 물론 돈을 쏟아 부은 화려한 파티는 아니지만 김남조 시인의 문학강연도 준비했고 10년 정기구독자, 과월호 수집자 등 꾸준한 독자들을 불러 작은 선물도 증정할 계획이다.
박 목사는 "광야의 10년이 있기까지 늘 그 자리에서 사랑으로 지켜본 독자들에게 인사드리는 행사"라며 "더욱 분발해 세계에 퍼져 있는 600여만 한인들에게 광야를 보급한 후 뜻 있는 후진에게 발행을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jjrh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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