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 함께 오지못하면 절대 혼자 보내지 마세요”
한동안 주춤했던 조기유학 붐이 다시 고개를 들더니 요즘 남가주에서는 주위에 조기유학생 한두명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한국의 친지로부터 아이 좀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고민하는 케이스는 수없이 많고, 실제로 맡았다가 아이가 잘 못 되는 바람에 친척과 ‘원수’가 되는 사람들도 가끔씩 볼 수 있다. 또 일부 조기유학생들은 한국서 보내주는 거액의 용돈으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고급 승용차를 몰고 술집을 돌아다니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해 조기유학에 대한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인 편이다. 지난 3년반동안 세 아이의 조기유학 뒷바라지를 해온 어머니 사라 권씨는 “부모가 따라 오지 못할 바에는 절대 보내지 말라”고 만류한다. 자신의 경험과 주위의 많은 조기유학 케이스를 보고 들어 “이에 대해 할 말이 많다”는 사라 권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권씨의 이야기가 모든 조기유학생 케이스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학생 개인에 따라, 유학중인 지역에 따라, 부모의 관심도에 따라 많이 다를 수 있음을 참고로 덧붙인다.
‘벙어리 세월’ 1년 6개월
사라 권씨(43)는 98년 12월 세 아이를 데리고 조기유학길에 나섰다.
이곳에 살고 있던 동생이 10여년전 신청해 놓은 이민비자가 97년에 나왔지만 이민 올 생각은 없었는데 큰딸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적응 못하고 너무 힘들어하자 좋은 기회다 싶어 조기유학을 시도했다.
그때부터 험난한 유학의 길이 시작됐다. 그저 미국에 오면 되려니 했는데 애들이 유학하는건지, 엄마가 유학하는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함께 24시간 뛰어야 하는 생활이었다.
“한국서는 공부 잘 한다고들 했는데 막상 와서 영어를 못하니 모두 입을 닫아버리고 미국이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딸이 말 한마디를 안하는데 눈물이 다 날 정도였지요. 세 아이 모두 픽업하면서, 숙제 봐주면서, 학교 찾아다니면서, 한 1년반은 저녁도 못 먹고 새벽 1시까지 사전 찾아가며 함께 숙제했습니다”
중학졸업후 오는게 좋아
사춘기에 들어선 큰 딸 조이스(케네디고교 11학년)는 입을 아예 닫고 미국이 싫다고 불평하곤 했다. 한국서는 공부 깨나 했는데 알면서도 표현 못하니 자존심 때문이었다. 조이스는 아직도 미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6학년으로 들어간 둘째 아들 잔(사이프레스고교 9학년)이 제일 적응을 잘 한 편. 권씨는 아주 어릴 때 오거나 그렇지 않으면 최소한 중학교를 졸업한 후에 오는게 낫다고 말한다.
중학교 시절에 조기유학 오는 아이들이 주위 아이들과 자주 부딪치며 문제를 일으키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는 것.
그러나 어려서 온 막내 제시카(로스카요티초등학교 3학년)도 처음엔 쉽지 않았다. 몇달동안 말을 한마디도 안 하던 제시카는 그러나 엄마가 학교에서 발런티어로 일하며 애쓴 보람이 있어 6개월이 지나자 입을 떼기 시작했는데 곧바로 융화돼 지금은 한국말보다 영어가 익숙한 정도가 됐다.
언어안통해 엉뚱한 일도
3년반이 지난 지금 세 아이가 이처럼 미국 공립학교에 적응하게된 것은 대학때 영어를 부전공한 어머니 사라 권씨의 절대적인 뒷받침과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오는 모든 가정통신문이 영어로 쓰여있으니 부모 없이 온 조기유학생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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