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주 챔피언 등정기 - 2. 성장의 아픔
▶ 산 넘어 산 물 건너 물
루키시즌인 2000년 최경주의 최우선 과제는 컷 통과와 이듬해 투어카드 확보였다. 도랄-라이더오픈에서 2연속 컷 통과와 함께 공동 21위에 오르자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뭔가 해볼 수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PGA투어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실제 부딪쳐 보지 않으면 모를 높은 장벽을 실감한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다.
바로 다음주 벌어진 혼다클래식에서 당한 컷오프는 최경주에게 충격이었다. 3언더파를 치고도 떨어진 것은 생전 처음 있는 일. 기가 막혔다. PGA투어는 귀신같은 선수들만 모여 있는 것 같은 두려움까지 들었다. 이때부터 다음 5개월간 참가한 15개 대회에서 최경주는 6번 컷 탈락하고 9번 통과했다. 겉보기는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속 빈 강정’이었다. 가장 좋은 성적이 공동 41위였으니 컷을 통과해봤자 상금이 쥐꼬리만했다. 상금랭킹 125위안에 들어야 내년도 투어카드를 받는데 이런 페이스론 어림없었다.
단순히 컷 통과가 아니라 상위권에 입상, 단위 크게 상금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생전 처음 보는 코스와 씨름해야 하는 루키 최경주로서는 대회코스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꿰고 있는 수많은 투어 베테랑들을 제치고 상위권에 오른다는 것이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느껴졌다. 거기다 미 대륙을 돌아다니는 투어생활은 타고난 장사로 어렸을 땐 역도선수를 했던 그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신앙과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내색하지 않고 남편을 북돋아주며 용기를 준 부인 현정씨의 헌신적인 내조가 없었다면 의지력 강한 그로서도 견디기 어려웠을 고난의 성장기였다.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희망의 빛이 보인 것은 8월 중순. 리노-타호오픈에서 공동 12위에 오르면서 용기를 얻은 그는 바로 다음주 에어 캐나다 챔피언십에서 공동 8위에 올라 한인으로는 처음으로 PGA대회 탑10 입상의 쾌거를 달성하며 9월 중순까지 한달간 2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투어카드가 눈앞에 다가온 듯 했다. 하지만 됐다고 생각한 순간 상황은 또 다시 반전됐다. 최경주는 다음 5개 대회에서 연속 컷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바람에 결국 상금랭킹 134위에 그쳐 피 말리는 Q스쿨로 되돌아가야 했다.
Q스쿨의 압박감이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한마디로 선수에게는 죽느냐, 사느냐가 걸린 서바이벌게임. 대부분 PGA투어 선수들은 생애 가장 어려웠던 경기로 주저 않고 Q스쿨을 꼽는다. 최경주는 첫 이틀간 1언더파에 그치며 100위권으로 처지는 등 다시 진땀나는 상황을 맞는다. 하지만 1년간의 PGA투어 생활을 거치며 온갖 시련으로 단련된 최경주는 이미 조그만 위기에 흔들리는 나약한 루키가 아니었다. 3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몰아치며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최경주는 최종 6라운드를 앞두고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오늘 4타만 줄이면 됩니다. 자신 있어요" 그의 장담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최경주는 마지막날 4언더파 68타를 쳤고 공동 31위로 투어카드를 거머쥐었다. 그는 이제 루키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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