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공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고향의
▶ 미주 강원도민 야유회 ‘기능인’ 강동춘씨 초청 시범
오랜만에 한여름 날씨로 뜨거웠던 지난 12일 풀러튼의 클라크 리저널 팍에서는 좀 색다른 행사가 열렸다. 강원도 출신 한인들이 모여 고향의 정담을 나누며 춘천 막국수도 한 그릇씩 나눠먹은 ‘미주강원도민회 야유회 및 막장 담그기’. 100여명의 회원들이 너도나도 음식을 챙겨와 고향이야기 만큼이나 먹거리도 풍성하게 나눴던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에서 초빙되어온 전문가 강동춘씨가 직접 메주가루를 들여와 강원도 사람들만이 즐겨 먹는다는 ‘막장 담그기’ 시범을 보였다.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다는 강원도 ‘촌사람’들이 미국 공원에서 벌인 한국식 막장 담그기, 그 한 마당을 소개한다.
막장을 모르면 강원도 사람이 아니라고들 한다.
흔히 장이라 하면 간장, 된장, 고추장 세가지만을 이야기하지만 장맛을 아는 사람들은 막장까지 네가지를 친다. 이중 강원도 막장이 특별한 것은 다른 지방 막장은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 쌈장처럼 만드는데 비해 강원도 막장은 간장을 빼지 않은 메주를 발효시켜 직접 담그기 때문. 따라서 국이나 찌개를 끓이면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고 쌈장으로 먹으면 독특한 향기와 함께 토속적인 감칠맛이 강원도 고향의 맛이 되어버린 것이다.
막장 담그기 시범을 보인 강동춘씨(63·원주 정지뜰 고추장 대표, 전통식품음식 보존 기능인)는 간장, 된장, 고추장, 막장 4개 분야에서 모두 전통음식 보존 기능인으로 지정된 장 만들기의 대가. 그는 이 비법을 80 넘은 노인들에게서 전수받았는데 그 노인들은 조선시대 임금님께 전국 최고의 장을 진상했던 원주 ‘정지뜰‘에서 장을 만들던 어머니들로부터 배운 솜씨를 대로 물린 것이었다.
좋은 장맛의 70%는 메주 만드는 과정에서 결정된다고 하는데 강원도 막장이 다른 것은 바로 메주 때문이다.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콩으로 만든 메주를 간장을 빼지 않고 적당히 발효시킨 후 말려서 방아로 찧어서 담가야 하는데 요즘 시중에 나와있는 개량메주로는 도저히 막장 특유의 맛을 낼 수 없다는 것.
강씨는 “강원도 메주는 3개월에 걸쳐 손으로 만드는데 개량메주는 기계화된 공정으로 3일만에 만들어져 나오니 어떻게 같은 맛이 나오겠느냐”며 단 맛이 가미된 개량메주가 당장 입에는 붙을지 몰라도 한국 전통의 깊은 장맛은 내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장맛은 손맛”이라는 강씨는 일일이 손으로 메주를 담그고 최소한 6개월이상 푹 삭이는 발효과정을 지키는 재래식 장만을 생산하며 지난 25년간 전통 맛을 지키는데 많은 공을 들여왔다.
한편 강씨는 이곳 LA에서 담근 막장이 제대로 맛이 날지 걱정이 태산이다. 막장은 메주와 손맛외에도 물과 기후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
눈이 올땐 눈도 맞춰줄 정도로 장 항아리에 4계절의 변화를 담아가며 숙성시켜야 하는데 사시사철 따뜻하고 해가 나는 남가주에서 같은 맛을 낼지 걱정이라는 것.
강동춘씨는 “제발 맛있게 익어서 미국에 사는 강원도 한인들이 고향의 맛을 잊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숙희 기자>
■담그는 법
엿기름 끓인 물 4 갤런에 굵은 소금 4되, 고춧가루 1되, 통보리(물에 삭힌 후 믹서에 갈아서 두어시간 뭉근하게 삶은 것) 1되, 메주가루 3되를 차례대로 넣으며 손으로 버무린다.
붉은 색으로 걸죽하게 섞어지면 장 항아리에 담아 망사천으로 씌운 후 고무줄로 묶는다. 항아리는 아침에 열어 종일 햇빛을 받게 하고 저녁이면 뚜껑을 닫아 이슬이 들어가지 않게 한다. 1주일이 지난 후 소금을 위에 살짝 덧 뿌려준다. 막장을 담가놓고 1~2주 지나면 메주가루가 불어나 물기가 모자를 수 있는데 이때 엿기름 가루를 넣고 끓인 물을 넣어준다.
막장은 국이나 찌개 끓일 때 많이 사용되며 죽을 끓일 때 넣으면 구수한 막장 죽을 먹을 수 있다. 고추장, 참기름, 다진 마늘, 파등을 섞어 쌈장으로도 사용하며 밀가루에 막장과 고추장을 풀어넣고 만드는 장떡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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