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독립 선언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서의 하나다. 여기에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생명과 자유, 행복 추구권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정부 자체가 이런 인간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며 "정부가 이런 책무를 게을리 할 때 그런 정부를 뒤집어엎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며 의무"임을 밝혔다는 점이다. 독립 선언서 이전까지 인간은 국가나 국왕에 충성하기 위해 있는 존재라고 생각되었다. 집권자와 국가가 인간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선언은 그야말로 혁명적인 사상이다.
선언서는 총론으로 독립의 당위성을 밝힌 후 각론으로 영국 왕의 잘못을 조목조목 들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영국 왕이 영국인들이 자기 나라를 떠나 미국에 와 정착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살고 싶은 데 가 살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독립 선언서에는 담겨 있다.
최근 탈북자가 국제 이슈화하면서 미국내 분위기가 무관심에서 이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에드워드 케네디를 비롯한 19명의 상원의원과 헨리 하이드 등 여러 명의 중진 하원의원들은 중국 정부에 "탈북자를 북한으로 송환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중국 첸치첸 외교 담당 부총리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탈북자의 북송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낸 것만도 큰 성과다.
그러나 이보다 더 주목할 것은 중국에 난민촌을 세우자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리노이의 마크 커크 연방하원(공)이 내놓은 이 안은 중국 북부에 탈북자 난민 수용센터를 만들고 북한에서 넘어 온 사람은 모두 받아 본인의 희망대로 한국이나 미국, 캐나다에 정착토록 돕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무부에는 이미 난민을 돕기 위한 재원이 마련돼 있고 탈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도 이에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의외로 쉽게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게 커크 의원의 설명이다.
그 나라가 얼마나 인권을 존중하는가를 재는 첫 번째 척도는 나라를 떠날 자유가 얼마나 보장돼 있는 가다. 야만적인 국가일수록 자기 나라를 떠나는 사람을 반역자로 지탄한다. 종이로 하는 투표보다 발로 하는 투표가 진짜 투표다. 두 번째는 배고픔과 억압에 시달리다 못해 고향을 등진 이들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느냐 하는 가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커크 의원의 제안이 실현돼 탈북자 전원이 자유의 품에 안기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기원한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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