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학벌이나 직업은 대단한 위력을 나타낸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필사적으로 좋은 직업을 선택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미국으로 이민 온 우리들에게는 직업이란 우연이고 인연으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좋은 사람과 인연을 맺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한 기술이 있거나 영어 실력이 우수한 사람은 예외겠지만 대부분의 이민1세들은 한국의 학벌이나 경력이 무용지물이 되거나 오히려 살아가는데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다.
학벌이나 혈연보다는 공항에서 자기의 이민 보따리를 누가 날라 주느냐에 따라서 직업이 결정되고 인생 역정이 바뀌는 경우를 많이 보게된다.
내가 아는 K씨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선생을 하다 15년 전에 미국으로 왔다. 그때 이민 보따리를 그의 동서가 날라 주기로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급한 일이 생겨 옆집에 사는 페인트 일을 하는 P씨가 대신 날라 주었다. K씨는 그것이 고마워 자주 만나다 보니 그의 권유에 따라 페인트 일을 하다 몇년 후에 한국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만일 병리 연구원인 그의 동서가 나왔다면 그의 직업이 어떻게 바뀌어졌으며 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겠는가 하고 생각해 본다.
18년 전 내 이민 보따리를 날라준 사람은 가방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와 자주 만나다 보니 그의 권유에 따라 가방장사도 하고 플리마켓에서 장사도 하여 결국 옷가게를 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만일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직업을 갖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우리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살기 때문에 자기의 수준에 맞는 사람이나 마음에 맞는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나는 20년 가까이 한국에서 고등학교 선생을 하면서 학생을 가르쳤다. 그때는 정말이지 재미가 있었고 삶의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미국으로 이민 온 후 20년 가까이 살아왔으나 지금도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내 직업에 대하여 만족했는지 묻는다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다.
직업을 선택할때는 그 일에 자신이 있어야 하고 일의 대가가 충분해야 하고 일에 보람을 느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장사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그 직업을 일찍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도 돈을 버는 직업보다는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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