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언대
▶ (미셸 박/ 대통령 아태 국정 자문위원
지난 달 4·29 10주년을 맞아 LA를 방문한 부시 대통령이 폭동의 최대 피해자인 한인 커뮤니티를 외면하고 흑인 교회만 방문하고 돌아간 것은 아직도 백악관과 한인사회의 거리가 얼마나 먼 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이 행사에 초청 받은 한인들은 집단으로 불참, 한인사회의 불쾌감을 표시했으며 나중에 정책 보좌관들에게도 따로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백악관 측도 이 문제 처리에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앞으로는 한인사회와 더욱 긴밀한 관계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 일을 계기로 한인사회와 백악관의 거리가 가까워지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연방정부의 책임만으로 돌려도 좋은 것일까. 이번에 부시가 한인타운을 방문하지 않은 것은 한인들을 무시하려 한 것이 아니라 한인사회의 실상에 대해 모르고 있음에 기인하고 있다.
한인사회는 4·29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음에도 정부 당국으로부터 보상을 받기는커녕 폭동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사우스 센트럴에서 쫓겨나가는 수모를 당했다. 그럼에도 이런 실상을 정치인들에게 알리려는 조직적인 노력이 너무도 미흡하다. 우리가 가만있으면 아무도 자진해서 우리 아픈 곳을 긁어 주지 않는다.
한인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다. 눈곱만큼만 피해를 입어도 즉시 항의하고 툭 하면 소송을 제기하는 미국인들과는 대조적이다. 얼마 전 대통령 아시아태평양 자문위원 자격으로 9·11 테러 피해자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때 중국인 커뮤니티는 테러로 관광객이 줄고 장사가 안 된다는 이유로 100만달러의 연방 정부 보상금을 받았다.
한인사회도 얼마든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여서 뉴욕 한인상인 대표들과 만나 "얼마나 피해를 입으셨습니까"라고 묻자 "다 지나간 일인데요 뭘…" 하며 보상 신청하는 것을 사양하는 것이 아닌가. 남들은 주지 않으려는 떡도 아우성쳐 받아내는 세상인데 주겠다는 떡도 거절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미국은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사회다. 작은 일이라도 문제가 있을 때마다 제 목소리를 내야 대접을 받는다. 미주 한인들은 누구보다 근면하며 똑똑하고 재주가 많은 민족이다. 단지 이슈가 있을 때 뭉쳐 단합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약점이다.
아직은 이민 역사가 짧고 미국 정치 경험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언제까지나 마이너리티 중의 마이너리티로만 남아 있을 수만은 없다. 한인들도 미국사회의 일원으로 주인 의식을 갖고 힘을 합쳐 받을 것은 받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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