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을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힘들었다면 두 분 성격이 너무 다르셔 의견조율이 안되고 사이가 안 좋으신 것이었다. 그 나이에 알콩달콩 살수는 없다 쳐도 한 분은 늘 정치얘기고 한 분은 늘 연속극 얘기로, 관심사도 대화도 생활신조도 다르셨다.
평생 술 한 모금, 담배 한 개피 안 하신 시아버님은 미국에 사시면서도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하셨고, 거기에 질리셨던지 어머님은 "인생은 짧은 거다. 얘야!" 그러셨다. 두 분 다 옳기도 두 분 다 그르기도 하여 중간에서 누구 편을 들 수도 없었다.
그 날도 사소한 일로 두 분이 다투셔서, 속이 많이 상해 위층에 올라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가슴이 조이면서 답답해 한참을 속을 끓이다가, 저러다 두 분이 그냥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몹시 아팠다. 두 분께 내가 지금 잘해드리고 있나 하는 의문과 함께 시부모님이 불쌍한 생각이 들고 돌아가시는 생각을 하자 눈물이 쏟아졌다.
진정하고 아래층에 내려가 두분 마음을 편케 해드리고 올라와, 그날 이후 나 나름대로의 스트레스 해결방법을 하나 개발했다. 내가 힘겨워 견디기 힘든 날엔, 두 분이 많이 아프셔서 지금 입원해 계시다고 상상해보는 것이었다. 병원에 계시다고 방정맞은 생각을 하다보면, 이 핑계 저 핑계로 잘 못하고있는 나는 미운 정 고운 정들은 시부모님 때문에 금방 눈물이 났다.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실까 싶고 사시는 동안 잘 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게됐다. 어차피 모시고 사는데 변하기 어려운 두 분 대신 내 마음을 돌이켜 다시 잘 해보려고 노력하게 만드는 자가처방전. 두 분 돌아가신 후 후회하는 내 모습을 미리 상상하며 그때 가서 너무 많이 후회 않도록 나름대로 반성하게 만드는 일종의 편법이었다.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다가 용서 안 하자니 내가 힘들고, 하자니 살아서 팔팔뛰는 자존심이 도저히 용납 안될 때 나도 시한부인생이라고 상상해본다. 죽는다 생각하면 사건과 상대방과 나를 조금은 객관적으로 보게되고 마음이 쉽게 열린다. 용서와 화해의 시간이 더러는 단축되는 특수효과 그 때문에 나는 가끔씩 상상 속 오도 방정을 떨게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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