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딱 1년전 일이다. 영화 ‘진주만’(Pearl Harbor)에 출연했던 영화배우 성 강씨를 인터뷰했다. 할리웃 진출소감을 묻자마자 강씨는 "말하기도 쑥스러운 단역일걸요. 그 보다 아시안 친구들이 뭉쳐 만드는 독립영화가 있는데 완성되면 대문짝만하게 홍보해주세요"라며 영화 ‘운수대통’(Better Luck Tomorrow)을 소개했다.
"등장인물 4명을 백인으로 바꾸면 투자하겠다는 메이저급 영화사들도 많았지만 우린 각자의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주연배우가 모두 아시안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제작과정을 털어놓는 강씨를 보면서 아시안이 할리웃 배우로 성공하기엔 장벽이 너무 높아서 택한 대안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그리고 올해 2월 선댄스 영화제가 끝나면서 "MTV, 경쟁부문 후보작 ‘운수대통’ 판권 구입"이란 소식을 접했다. 부랴부랴 강씨에게 축하 이메일을 보냈더니 "영화제 기간 내내 너무 힘든 투쟁으로 지쳐버렸다"라는 답장이 날아왔다.
그들이 ‘투쟁’까지 벌여야했던 이유는 시카고 선 타임스의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가 쓴 리뷰에서 엿볼 수 있었다.
"....시사회가 끝난 후 ‘왜 저렇게 훌륭한 배우들을 비도덕적이고 경멸스런 인물을 묘사하게 했느냐? 아시안 커뮤니티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알리고 싶진 않았느냐?’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감독은 ‘인종을 막론하고 미국 속 10대들의 현실을 묘사한 영화로 단지 등장인물이 아시안일 뿐’이라며 ‘백인이 영화감독이었다면 그런 비평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반문했다..."
마침내 VC필름페스티벌에서 ‘운수대통’을 관람했다. 10종 학력경기대회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수재인 아시안 학생이 마약에 빠지고 갱이 되어 마침내 살인까지 저지르지만 명문대 진학을 위해 시체와 함께 도덕성까지 땅 속에 묻어버리는 내용으로 배우들의 열정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즐겁지 않았던건 할리웃 영화가 아니면 우리 모두가 외면하는 현실 때문이었다. 이들이 벌인 투쟁을 알고 나면 결코 홀대할 수 없는데도 우리들조차 아시안이라고 해서 절대 봐주는 법이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마지막 승부에선 아시안이든 아메리칸이든 동등한 입장에서 싸워야하니까.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이미지에 대한 책임이 영화감독에게 있다면 최고의 영화를 만들면 되는 거다"는 로저 이버트의 조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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