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냐 검은 대륙의 새내기 대표 세네갈이냐.
연인원 350만명이 경기장에서, 연인원 600억명이 안방과 일터 또는 옥외 대형전광판 앞에서 손에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볼 한달간의 승부드라마 64부작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회 개막이 채 24시간도 남지 않은 가운데 그 첫 고개 프랑스-세네갈 한판승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31일 새벽 4시30분(LA시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울려퍼질 킥오프 휘슬을 신호로 90분짜리 열전속으로 빠져들게 될 양팀간 승부는 객관적 전력으로 보나 챔피언(프랑스)과 처녀출전팀(세네갈)의 관록으로 보나 우열을 헤아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그러나 세계축구팬들이 이 경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데는 남다른 뜻이 있다. 바로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팀이 이상하리만치 죽을 쒀온 월드컵축구의 전통 때문이다.
앞선 대회 우승팀이 개막전 테이프를 끊는 관행이 처음 뿌리내린 것은 지난 74년 서독(현 독일)월드컵. 당시 서독월드컵조직위는 개최국이 개막전을 차지하는 그동안의 관행을 무시하고 70년 멕시코대회 우승팀이자 최초의 3회 우승으로 줄 리메컵을 ‘영원한 국보’로 챙겨놓은 삼바축구사단 브라질에 개막전을 양보했다. 결과는 유고슬라비아와 0대0 무승부로 브라질엔 대악몽이었다.
이 대회 우승국 서독 또한 다음 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즈비그뉴 보니에크가 이끄는 폴란드에 정신없이 몰리다 간신히 0대0 무승부를 안고 물러섰다. 상대선수매수 등 온갖 추문과 의혹속에 78년 월드컵 FIFA컵을 품에 안은 아르헨티나가 82년 스페인월드컵 개막전에서 당한 수모는 훨씬 더했다. 축구신동 디에고 마라도나를 플레이메이커로 내세워 2연패를 호언하며 스페인에 당도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원조 붉은 악마’ 벨기에의 벌떼공격을 막아내느라 90분 내내 허둥대다 결국 0대1로 패배, 6만관중들의 야유속에 서둘러 라커룸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바로 그 대회에서 파울로 로시의 백발백중 기습포에 힘입어 칼 하인츠 루메니게의 서독을 3대1로 간단히 제압하고 우승트로피와 44년만에 포옹을 했던 아주리군단 이탈리아 역시 86년 멕시코월드컵 개막전에서 불가리아를 맞아 역시 한점 나은 구석 없는 경기를 펼치다 1대1 무승부로 그쳤던 것.
멕시코대회 챔피언은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 78년 우승뒤 82년 개막전에서 된서리를 맞았던 아르헨티나 역시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아프리카대표 카메룬에 0대1로 졌다. 이번에는 과연 어떻게 될까. 프랑스의 난조로 혹은 세네갈의 분전으로 또다시 챔피언 수난시대가 이어질까 28년만에 챔피언이 챔피언답게 새출발하는 또하나의 관행이 시작될까.
프랑스 아트사커의 지휘자 지네딘 지단이 허벅지 근육 고장으로 개막전에 뛰지 못하는데다 오버래핑에 능한 세계최고수비수 블랑은 아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막판 발목골절로 한국행 비행기에도 오르지 못한 상태여서 세네갈캠프는 사상 처음 밟은 본선 잔디에서 챔피언군단을 혼내주겠다는 결의에 차 있다.
<서울-정태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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