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승리에서 확인된 미국축구의 저력…허리 단단하고 프리킥 처리도 수준급
<서울-정태수 특피원> 미국 축구의 핵 클라우디오 레이나(플레이메이커)도, 올 들어 물오른 골 감각을 보여온 클린트 매시스(포워드)도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미국은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잠재웠다. 운으로 이긴 건 아니었다. 미국이 감히(?) 2010년까지 월드컵 우승 후보군에 들 것이라고 목에 힘을 준 게 일리 있음을 입증하듯 알찬 경기력을 수시로 보여준 한판이었다.
포르투갈전에서 나타난 미국의 전력과 승인은 역시 헤딩력이 좋은 브라이언 맥브라이드를 꼭지점으로 형성된 작은 삼각편대와 측면돌파에 이은 센터링으로 이들을 엄호하는 2선의 큰 삼각형 미드필더들이 약속된 플레이를 잘 수행한 데 있다.
전반 3분만에 나온 잔 오브라이언의 선제골은 좋은 예. 어니 스튜어트의 코너킥을 맥브라이드가 몸을 날려 헤딩으로 우겨 넣는 순간 공의 방향을 따라 잔 오브라이언, 랜던 다나븐 등이 일제히 ‘이삭줍기’를 위해 뛰어들었고 결국 골키퍼가 황급하게 쳐낸 볼은 오브라이언의 발에 걸려 골문으로 빨려들었다.
포르투갈 수비수의 자책골이 된 2번째 골 역시 다나븐이 맥브라이드를 겨냥해 센터링을 띄우는 과정에서 나왔다. 승부의 향방을 갈라놓은 세번째 골은 포르투갈 수비진이 뒤늦게야 2선 침투조를 막으려고 자리를 비운 사이 정작 맥브라이드가 자유의 몸이 돼 노마크 다이빙 헤딩슛을 꽂아 넣음으로써 완성됐다.
나흘 뒤 미국과 맞붙을 한국으로선 공격의 단계에서 거의 매번 거치게 되는 맥브라이드의 머리를 철저 봉쇄하면서 2선 침투조를 동시에 격리해야 한다. 후방의 긴 로빙패스가 거의 예외 없이 한국 진영 아크 정면 라도스와프 카우지니에게 날아들고 그의 머리를 거친 볼은 십중팔구 최전방 골게터 에마누엘 올리사데베를 겨냥했던 폴란드의 단조로운 득점 루트는 김남일의 카우지니 봉쇄와 홍명보-김태영-최진철의 올리사데베 삼중수비로 쉽게 대처할 수 있었지만 미국의 경우 표적이 분산돼 수비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더욱이 코너킥 등 세트플레이 상황에서는 공중볼 처리에 능한 수비라인의 두 장신 토니 사니와 에디 포프가 공격에 적극가담, 맥브라이드와 함께 일시적이지만 위협적인 공중의 삼각 꼭지점을 형성하고 직접 슈팅 또는 이삭 만들기를 시도한다는 점도 한국 수비수들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다나븐과 다마커스 비슬리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이용한 배후 침투 역시 힘만 믿고 느린 템포로 진격하다 한국 문전에 접근조차 못한 채 번번이 차단 당했던 폴란드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이들은 둘 다 덩치가 작고 얼굴까지 소년티가 물씬해 마크맨들이 얕잡아보기 십상이지만 몸싸움만은 자신 있다고 큰소리칠 만큼 ‘내공 파워’가 막강하고 특히 몸싸움에서 밀려 넘어지더라도 연속동작으로 일어나 ‘주인 없는 볼’을 다시 자기 소유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다나븐과 비슬리는 주로 미드필더를 맡으면서도 지난 97년 세계 청소년축구대회에서 골든슈(득점왕)와 실버슈(득점 2위)를 나란히 차지하는 등 고도의 득점력까지 갖춰 순간 스피드가 더딘 한국의 홍-김-최 수비 3인방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당할 수도 있다.
이밖에 레이나 대신 중원을 지휘한 어니 스튜어트(오른발)와 중앙 수비수 제프 에이거스(왼발)는 빠르고 정확하게 감아 차는 능력이 뛰어나 문전 프리킥이나 프리킥으로 득점을 엮어내곤 한다. 이는 2대1 패스나 3각패스에 의한 밀집지역돌파 등 오밀조밀한 플레이에 약한 미국이 원터치 또는 투터치 플레이로 쉽게 점수를 건지는 원천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으로선 미국이 짧은 패스로 접근해 올 때 볼을 빼앗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 위험지역 프리킥을 주지 말되 수비 숫자가 적은 상태에서 역습을 당할 경우 아예 미드필드를 넘기 전에 강한 태클을 거는 등 프리킥을 사정거리 밖에 두는 지능적인 반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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