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동이라면 무엇이든지 싫었고 관심 밖의 것이었다. 16강이 무엇이고 8강, 4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남편에게 물어서 알게 됐다.
무식하다고 구박받지 않으려고 TV에 붙어 앉아 시합을 보는데 항상 책만 보던 사람이 운동을 보니 너무 아슬아슬해 손에 땀이 나고 창자가 꼬이고 위가 뒤틀렸다. 욕도 안 하고 화도 잘 내지 않던 나인데도 스페인 골키퍼가 공을 받아내면 소리소리 지르고 감정이 복받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우리의 공이 아슬아슬 못 들어가면 위경련이 일어나 배를 쥐고 뒤틀어지기도 했다.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골키퍼가 공을 잡았을 때 난 뒤로 넘어졌다. 내가 죽었나 하고 나의 심장을 만져 보았다. 살긴 살았구나! 정말 무서운 것이 운동경기다. 마음이 약한 사람은 보기 힘들다. 이렇게 좋았던 마음은 모두 같았다.
봉제공장에서는 주인이 라틴계 모두에게 빨간 티셔츠를 사 입히고 빨간 두건 두르고 일하고 있다. 종업원 전체 점심도 사고 이 공장 저 공장 많은 공장에서 빨간 티셔츠 입은 라틴민족이 "대한민국, 필승 꼬레아, 화이팅" 하고 외친다. 이렇게 직접 들을 때의 감격스러움은 표현보다 훨씬 진하게 가슴을 적신다. 나도 스패니시로 크게 "Dae Han Min Kook, Korea"를 원하는 사람마다 책상에 사인펜으로 커다랗게 하루 종일 써주고 다니면서 애국자인척도 해봤다. 그 날은 너무나 좋았다.
LA 다운타운에서 어느 한국인이 차의 본넷 위에다 커다란 태극기를 달고 지날 때 마음은 너무나 뭉클했다. 한번 손을 들어 표시해도 될 것을 클랙슨을 울리고 중늙은이답지 않게 차가 안보일 때까지 두 손을 흔들어 기쁨을 표시했다.
한인들은 월드컵 승리의 기쁨이 광복절보다 더욱 컸다고 한다. 한마음 한뜻으로 같이 기쁨을 가져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다운타운 금은방에서는 오너들이 김밥과 잡채를 해 가지고 와서 몰 안의 손님들, 길가는 손님 모두에게 잔치를 베풀었다. 김밥 들고 콜라를 먹으면서 "코리아 화이팅" 하는 이란인, 중국인, 라틴민족 그 모습 또한 감격스러웠다. 이 광경을 한인들이 다 보면 좋을걸. 저녁 늦게 TV 보고 언제 아침에 음식을 했을까. 엔돌핀의 힘이었나. 애국심의 힘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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