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자의 눈
▶ 김주찬 <취재부 차장대우>
’격(格)’이라는 게 있다.
국가간 회담을 할 때 상대 국가의 담당자와 지위가 엇비슷한 파트너가 나선다. 사회 생활에서도 나이와 지위에 따른 ‘격’을 따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인구에 회자하는 한국의 정치 야사 가운데 ‘격’으로 인해 철천지 원수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김영삼 당시 집권여당 대표가 러시아를 방문할 때 함께 갔던 박철언씨(당시 6공화국의 황태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가 수행이냐고 물은 기자의 질문에 동행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었다.
수행은 수행원이라는 말처럼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모시기 위해 같이 가는 것이고 동행은 대등한 관계의 일행이 함께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이에 김 전대통령측이 격노했음은 안봐도 훤한 얘기다. 그만큼 사회생활에 ‘격’이라는 것은 중요할 때가 있다. 그런데 최근 이상한 선거가 펼쳐지고 있다.
뉴저지주 최대 한인 밀집지역인 팰리세이즈팍의 시장과 시의원 선거를 앞두고 현 시장이 일개 시의원 후보를 ‘보스(Boss)’라고 지칭해 ‘격’을 높여주었다. 이 시장은 이번 선거를 "자신을 비롯한 민주당과 ‘보스’ 데이빗 정의 공화당의 대결"로 규정했다.
상대 당의 시장 후보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개 시의원 후보--그것도 이미 2번이나 떨어진 바 있는--를 자신과 동격으로 놓는 것을 보면 왠지 찜찜하다.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가 선거 홍보지에서 칼 맥콜 주지사 후보를 거론하지 않고 앨런 헤베시 주감사원장 후보를 ‘주적’으로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선거 전략이 그동안 정 후보가 현 타운정부와 시의회의 무능과 부패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공격해왔다고 하더라도 어색한 것은 분명하다.
만에 하나 점차 커져가는 이 지역 한인과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견제 심리라면 더욱 위험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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