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타임誌는 올해의 인물로 연방수사국(FBI)과 엔론, 월드컴의 비리를 폭로한 여성 내부고발자 3명을 선정했다. 이들은 모두 조직 내부에서 발생한 불법과 부정행위를 용기있게 밝힘으로써 숨겨진 잘못이 사회에 크게 알려지도록 한 사람들이다.
전 FBI 요원 콜린 로울리는 FBI 미니애폴리스 지부에서 일하던 중 9.11 테러에 앞서 용의자 자카리아스 무사위를 체포한 뒤 본부에 수사확대의 필요성을 상신했으나 본부가 이를 묵살한 후 9.11 테러가 발생하자 고민 끝에 FBI의 관료주의와 무능, 부패를 폭로하는 메모를 공개함으로써 무사안일에 젖은 워싱턴 관료사회에 일대 경종을 울렸다.
월드컴 내부감사역 신시아 쿠퍼는 내부감사 결과 드러난 38억 달러 상당의 회계부정 비리를 이사회에 고발함으로써 문제를 표면화시켰고, 월드컴은 쿠퍼의 고발 이후 한달 만에 미국 기업사상 최대규모의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또한 전 엔론 부사장 셰런 왓킨스는 작년 8월 7억 달러의 숨겨진 결손을 발견하고 당시 케네스 레이 회장에게 부적절한 회계처리가 회사의 파국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냄으로써 엔론사의 내부자로서는 처음으로 회사의 부정행위에 이의를 제기했다. 엔론 역시 파산보호를 신청하였고, 왓킨스는 부사장직을 사임했다.
세 사람이 자신이 발견한 불법과 부정행위에 대해 각각 선택한 행위의 공통점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주류세력의 이익에 반대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생각했다는 점이다. 일견 당연한 것이라고 여길 수 있으나,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회의 정의는 바람직하나 그 실현이 멀고도 불확실하다. 반면 그러한 행동으로 인하여 조직에서 당장 겪게 될 불이익은 즉각적이고도 구체적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조직 내부와 사회 일각으로부터 밀고자, 혹은 배신자로 간주되어 그 행위의 정당성과 상관없이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고통의 길을 선택한 셈이 된다.
이와 같은 내부고발행위로 인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은 오래전 닉슨 대통령을 사임케 한 워터게이트 사건의 내부고발자 ‘깊은 목구멍’(Deep Throat)이 아직도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있음을 보더라도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내부고발행위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계기가 된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정부나 기업 모두 그 기능이 본래의 목적과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내부 혹은 외부로부터의 감시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한 감시기능이 어떤 원인으로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자체적인 정화기능이 가동되어야만 사회의 건강성이 지켜지는 것이다. 그래서 내부고발자는 제 3의 심판관, 즉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로 불리운다.
이와 같은 신속한 자체정화기능의 존재여부야 말로 그 사회의 투명성과 청렴도를 결정하는 중대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아직도 전체 사회의 이익보다는 자신이 속한 소수집단의 이해관계에 민감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 한편으로는 이 같은 내부고발 관행의 활성화 여부는 결국 그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관행에 많이 좌우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역시 중요한 것은 대국적인 면에서의 사회정의와 다수의 행복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엔론이나 월드컴에서 그랬듯, 회계분식으로 치유가 불가능하도록 부채를 한껏 부풀린 끝에 무너져버린 대우그룹에게 한 사람 만이라도 내부고발자가 있었더라면 그 소중한 국가자원과 국민의 피땀을 얼마나 아낄 수 있었을지를.
한국 금융감독원 과장
현 UNCC 대학원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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