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성경의 이사야 구절을 인용해 산화한 우주선 승무원들의 넋을 기렸다. 그리고 이렇게 다짐했다. “우주탐사는 계속 될 것이다.”
애도의 메시지가 넘쳐 흐른다. 러시아 대통령이 조의를 표했다. 심지어 팔레스타인의 아라파트도 추모 성명을 냈다.
온통 컬럼비아호 공중폭발 참사 이야기 뿐이다. 속보에다가 해설기사 등으로 신문 지면이 메워지다시피했다. 사설도, 논평도 모두 우주탐사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이 와중에 뉴욕타임스는 색다른 사설을 실었다. 13년전 ‘벨벳 혁명’을 통해 공산체제를 평화적으로 붕괴시킨 반체제 극작가 출신 바츨라프 하벨 체코 공화국 대통령의 퇴임과 관련된 사설이다.
하벨의 퇴장을 뉴욕타임스는 ‘한 정치적 시대’의 종막으로 보았다. 냉전시대 공산체제에 저항한 동구권 반체제 출신으로 혁명에 성공한 인물 중 그가 마지막으로 권좌를 떠나서다.
하벨은 평생 자신이 꿈꿔온 민주주의의 실현에 헌신했다. 정치의 목표는 단순했다. 사람의 사람에 대한 존경을 증진하는 것.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1989년 무혈혁명을 통해 대통령이 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사회주의 치하에서 압제의 상징이던 대통령궁을 일반에 개방한 것이다.
93년 하나의 연방이었던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면서 하벨은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체코 국민은 그를 분리된 체코의 초대 대통령으로 뽑아 신뢰를 재확인했다.
하벨은 체코가 서구 유럽의 일원으로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고, 지난해 말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결정된 것.
그러나 최근 들어 하벨은 이상주의에 매달려 일반 국민으로부터 유리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후계자도 키우지 않아 리더십 공백도 우려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는 하벨의 ‘아름다운 퇴임’에에 대해 사설을 통해 헌정사를 바쳤다. 공산주의에 대한 저항도 저항이지만 그가 보여준 도덕적 고결성 때문이었다.같은 날 이 신문은 컬럼비아호 참사 와중에 또 다른 반독재 저항인사 출신에 대한 기사를 다뤘다. 다름 아닌 DJ의 근황이다.
북한에 대한 2억달러 비밀송금 스캔들을 둘러싼 스토리로 그 송금이 뇌물성이냐 아니냐에 보도의 초점을 맞추었다. 하벨 스토리와 어딘지 방향이 영 어긋나 있다.
DJ의 퇴임이 얼마 안남았다. 그 때 뉴욕타임스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래도 한국에 민주주의를 가져온 민권 지도자로 치켜 세울까. 아니면….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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