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의 단연 화제 중 하나는 ‘로또’다. 추첨을 하루 앞둔 날에는 수백억원짜리 로또를 맞추기 위해 은행과 복권 판매점에 저마다 펜을 든 채 행운의 숫자를 기입하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고 해외 교포들도 국내 친지들에게 구입을 부탁하거나 인터넷으로 직접 베팅에 나서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 사람은 셋만 모이면 고스톱을 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도박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졌다는 한국인들의 기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미 한국에서는 로또와 비슷한 유형의 사행산업이 크게 성행하고 있다. 경마산업이 매년 폭발적인 매출액을 기록하며 성장해왔고 일본을 따라 사이클과 보트를 이용한 경륜, 경정도 실시되고 있다. 게다가 외국인만 출입하던 카지노 역시 수년전 폐광촌을 살린다는 취지아래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카지노를 만들어 성업중이다.
뉴욕에서도 한인들의 도박 열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누가 카지노에 다니다가 가게를 말아먹었다’, ‘모씨는 카지노로 전재산을 탕진해 가정이 파탄 나고 결국 타주로 도망갔다’는 등등이다. 뉴저지 애틀랜틱시티의 전당포에는 ‘귀금속 매입’이라는 한글 네온사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행산업을 경험한 대다수 사람들이 겪는 심리 상태는 비슷하다. 극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 사람들은 탄식과 분노를 느끼게 되고 심지어 사기극의 엑스트라가 된 듯한 모멸감까지 경험해 봤음직한 일이다.
’대박을 쫓는 사행산업이라는 게 다 그런 것 아니냐’, ‘그래도 끝나기 전까지는 기대와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 않느냐’는 변명들은 궁색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대박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이나 부작용과 폐해도 이에 상응해 뒤따르게 마련이다.
특히 이러한 한탕심리는 평소의 건전한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의 로또 열풍은 IMF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부의 편중에 따라 서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일확천금에 눈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오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뉴욕 한인사회이지만 이러한 광풍이 아직 없다는 사실은 천만다행이다.
장래준<취재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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