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이라크 전선에서는 수만여명의 연합군과 이라크 군인들이 목숨을 내걸고 싸우고 있다. 좋던 싫던 군인으로서 국가의 명령에 따라 죽고 죽이는 비극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전쟁터에 내보낸 후방의 가족들은 두손 모아 기도하며 무사 귀환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반면 전세계 곳곳에서는 반전 시위가 거세다. 일부 도시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며 사상자가 발생하는 폭력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베트남전 이후 최대 반전시위를 벌이며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을 비난했다.
미국과 기타 국가에서 벌어지는 반전시위의 목적은 ‘전쟁 중단’이겠지만 내용상 양측의 입장이 다소 차이를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반전시위자들은 미국의 패권주의를 규탄하며 미국을 저주한다. 그러나 미국 내 반전시위대는 젊은이들이 불필요한 피를 흘리고 있다며 미군들의 귀환을 요구한다.
미국내 반전 시위에는 일부 한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진보주의를 내세운 한인들이 이라크 전쟁 반대와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기원하며 반전 시위에 나선다는 기자회견도 가졌다. 이들은 ‘평화를 위한 한인연대’(Korean-Americans for Peace)의 이름으로 반전행렬에 동참한다고 했다. 미국의 다음 목표가 북한이라는 성급한 추측이 나오는 이 시점에서 한반도가 전쟁터로 변하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볼 한인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전시위에 나서는 이들에게 몇가지 당부하고 싶다.
그들은 한인사회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한인’(Korean-Ameican)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많은 한인들은 전쟁의 명분이야 어떻든 미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미국의 국익을 돕는 일에 힘을 모으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일고 있는 반미 분위기의 역작용으로 미국내 반한 감정이 피어나는 이시점에서는 더욱 말조심해야 한다. 얼마전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는 조형물 건립을 위한 공청회가 열린 자리에서 한 백인 주민이 “한국인들이 미국을 싫어하지 않느냐”는 반한 발언을 했다가 사회자의 제지를 받은 적도 있다. 미국내 반한 감정이 알게 모르게 깊어진 것이다.
표현의 자유라며 대다수 한인들을 곤경스럽게 만드는 일은 삼가 했으면 한다. 한인들은 이땅에 100년동안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미국이 존재하는 동안은 영원히 이땅에 뼈를 묻고 살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김 정 섭<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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