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미니시리즈 ‘올인’이 인기다. 한국에서는 시청률 40%대를 유지하면서 지난 주 그 ‘성대한’ 막을 내렸고 타운 비디오샵들은 수요일마다 복사기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올인’이란 원래 도박용어로서 이기는 패를 들고 있다고 판단하는 순간, 갖고 있던 모든 돈을 한꺼번에 거는 행위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 화끈한 승부와 우정, 애틋한 사랑이 녹아 있는 내용은 더러 감동적이고 애잔한 주제곡도 좋아 실제로 재미가 있다. 또 비디오샵의 매상을 올려줌으로써 타운경제에도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같은 드라마들은 잊혀질 만하면 나타나곤 하는데 야인시대, 상도, 겨울연가, 모래시계 같은 것이 그들이다. 비디오샵 주인들로서는 반가운 ‘효자’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왜 갑자기 ‘올인’ 얘기를 꺼내는가. 이 드라마는 앞서 나열한 다른 드라마와는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존인물인 한 재미동포 프로 도박사의 일대기를 극화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현재 오렌지카운티에서 건실하게 가정을 꾸려 살고 있다는 실존인물은 한국의 한 주간지 인터뷰에서 “드라마와 사실은 다른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각색한 드라마의 내용이다.
혹자는 “프로도박사의 얘기면 어떠냐. 어차피 드라마인데 재미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싶을 지 모르나 세상일이 그렇게 간단할 수만 있다면 오죽 좋을까.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세부적인 것들은 잊혀지면서 전체적인 이미지가 남기 마련인데 어떤 것들은 깊은 감동을 남겨주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재미는 있었으나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다. 여기까지는 어느 쪽이나 괜찮다.
문제는 재미는 있었지만 보고 난 후 부정적 이미지가 남는 경우인데 ‘올인’이 바로 이런 축에 속한다. ‘올인’을 보고 난 한국 시청자들의 머리 속에 각인된 재미동포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은 프로 도박사 대신 다이빙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2연패했던 새미 리 박사 같은 사람의 일대기를 멋지게 극화한 드라마와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지금 당장 이런 것들이 문제되지 않을 지 모른다. 재미동포에 대해 이율배반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한국 사회로서는 ‘올인’이 남겨주는 이미지로 인해서도 아무런 불편함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남겨지는 부정적 이미지는 한국사회를 위해서도, 이곳 한인사회를 위해서도, 나아가 이들 두 사회의 발전적 상호관계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움이 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방해가 된다. 한민족의 약 8%가 국외에 살고 있는 한국 같은 국가로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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