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의 우화 가운데 이런 이야기 하나가 있습니다. 밀림의 왕자인 사자 한 마리가 코를 골며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 자세는 무척 건방졌으며, 마치 누구도 자기를 공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능자 같았습니다.
마침 이 사자 곁을 날아가던 모기 한 마리가 엄청나게도 이 사자를 공격하기로 결심하고는 가장 민감한 부분인 코, 눈, 귀를 사정없이 물어댔습니다. 잠을 자던 사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 큰 몸을 이리저리 굴렸습니다. 악랄했던 모기는 계속 공격을 가했고, 마침내 사자는 지쳐서 쓰러졌습니다.
모기는 밀림의 왕자 사자를 제패했습니다. 그는 분명히 승리자였습니다. 모기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쓰러진 사자 곁을 맴돌고 있을 무렵, 돌연히 거미줄에 걸리게 되었고, 사자를 이긴 승리자 모기는 거미의 밥이 되어 버리고 말았답니다. 힘과 힘의 대결! 그 힘은 결국 누구의 승리도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철학자 버트랜트 럿셀은 그의 저서 ‘Power’라는 책에서 힘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칼을 상징하는 힘으로 물리적인 힘이라고 불렀고, 둘째는 재산과 돈을 상징하는 힘으로 경제적인 힘이라고 불렀으며, 셋째는 설득과 대화로써 영향을 끼치는 힘으로 설득의 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힘은 본래 하나님께서 인간 모두에게 주신 고귀한 선물입니다. 만물을 다스리고 또 하나님의 창조를 따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인간에게 부여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바로 이 힘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동물로부터 구별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인간은 자기가 가진 힘에 만족하지 못하여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 자기 힘을 남용한데서부터, 그의 힘은 타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유욕! 이것을 위해 힘이 사용될 때 그 힘은 창조보다도 파멸을, 생명보다는 죽음을 가져오는 벌거벗은 힘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에 힘은 폭군의 손에 쥐어진 칼이 되어집니다.
역사를 통해 보더라도, 아시아 정복이라는 일본의 소유욕은 모든 힘을 폭력으로 몰고 갔고, 유럽 정복이라는 히틀러의 소유욕은 힘과 힘 사이의 피나는 대결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켰으며, 적화통일이라는 이름 아래 일으킨 6.25사변은 형제와 형제가 총뿌리를 겨누게 했습니다. 이렇게 소유욕은 힘을 폭력으로 전환시키고 말았습니다.
세계의 질서를 위해서 힘은 필요합니다. 럿셀이 말하는 세번째의 힘, 대화와 화해, 사랑과 용서를 통한 설득의 힘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길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사나운 폭풍이 아니라, 따스한 햇볕이었다는 이야기처럼, 이제는 따스한 사랑의 힘으로 고통받는 자들을 감싸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성 현
(글렌데일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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