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인의 미국회사에 다니는 한 한인은 점심 때문에 불편을 겪는다고 했다. 미국인 직장 동료와 점심을 하다보니 한식을 먹는 경우가 드물고 혼자서 한인 식당을 찾아가 김치를 맘껏 즐기자니 냄새가 몸에 배 사무실에 돌아와 ‘티’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유학생 출신인 그는 “중국인 동료들은 자기네 고유 음식을 먹고도 냄새에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더라”며 몸에 좋은 전통음식을 먹다보면 냄새가 날 수도 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되느냐는 그들의 당당함이 부럽기도 하다고 했다.
한인타운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김치 점심’을 금기시하고 있다. “미국인 고객들과 만나야 하므로 냄새 안 나는 일식을 애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미국회사에서 일하는 한인 1.5세는 “점심에 냄새 안 나는 음식을 먹다 보니 점점 김치를 멀리하게 됐다”며 이제는 김치가 먹고 싶다는 욕구가 감퇴한 ‘입맛 교정’ 상태라고 했다.
드라큘라도 쫓아낸다는 마늘까지 다져 넣었으니 김치 냄새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독한 게 사실이다. 냄새를 생각하자니 건강식을 물리치는 격이고, 건강을 챙기자니 상대에게 거부감을 주는 셈이다.
감기를 잊은 지 오래됐다는 70대 한인은 마늘에 올리브기름을 발라 매일 아침 5-6쪽씩 먹는다고 한다. 그리 하면 독성과 냄새가 많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CNN방송의 앵커 래리 킹은 한동안 ‘마늘 전도사’가 됐다. 마늘이 면역력을 증강시켜 각종 질환에 효험이 있다며 냄새를 제거한 ‘마늘정’ 판매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중국, 홍콩 등 아시아는 물론 캐나다, 미국에까지 퍼진 ‘사스’(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가 한국에서만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세계 50개국에서 3,500여명이 감염됐고 150여명이 사망했음에도 지리적으로나 인적교류로 볼 때 희생자가 나옴직한 한국이 ‘사스 강풍’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는 것은 마늘 섞인 김치의 항균력 덕이란 흥미로운 풀이가 나왔다. 사스의 병원균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내성을 길러주는 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견해이다.
지난 2주간 아시아지역으로 떠나는 항공예약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나 떨어질 정도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물론이고 소중한 인명을 앗아가고 있는 사스이다. 적지 않은 한인들이 사회활동 여건상 냄새 고약한 김치를 멀리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살인 사스’ 소동을 계기로 “냄새냐” “건강이냐”를 놓고 한번 저울질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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