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4대 문명 가운데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물이 소장되었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국립박물관이 무참한 피해를 입었다.
미국의 바그다드 점령 후 며칠사이에 무차별적으로 진귀한 문화 유산들이 도난 당하고 부서지는 등 쓰레기더미로 변한 박물관 내부를 TV로 보면서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박물관측은 전쟁 개시 전 지하 창고 등에 일부 유물을 옮겨 놨으나 기원전 5,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문명과 바빌로니아, 수메르, 아시리아 등 고대 왕국의 유물 17만여점이 모두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그 중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함무라비 법전 서판의 행방
도 묘연하다.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미군이 이라크 안의 유정과 정유시설을 지키기 전에 박물관부터 무장한 군인 몇 명만 세워났어도 이런 일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은 국립 박물관과 국립 도서관이 망가진 다음에야 이라크인들에 의해 발생한 도난당한 유물 환수 및 박물관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네스코와 대영 박물관도 이라크 문화재 살리기에 나섰다. 그야말로 사후약방문이다. 아무리 오랫동안의 재정난으로 생활이 어려웠다고 해도 이라크 국민들은 어쩌자고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고대유물이 귀하고 돈이 된다는 것은 알아서 남몰래 암시장을 통해 팔아 몇 끼의 식사를 해결하러 한 것인가?
연합군의 바그다드 시가전이 시작되고 공화국 수비대의 무기력한 퇴각을 보면서 전쟁이 빨리 끝나 좋다고 했는데, 가난하더라도 문화민족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버텨왔을 이라크 국민의 자존심이 이번 박물관 사태로 만신창이가 되었다.사실, 뉴욕 크리스티와 소더비 경매를 보면 자국민에 의해 유출된 유물이 그 나라가 안정세를 찾으면 정부가 다시 그 유물을 구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몇년전 한국국립박물관도 소더비경매장에서 약사불·아미타불·석가불·미륵불 등 4불의 법회 장면을 한 화폭에 담은 조선 전기 사불화를 71만 달러 이상에 구입했듯이 팔려진 액수보다 수천, 수만 배의 엄청난 금액으로 다시 사들여야 했다.
중국 정부도 19세기에 약탈당한 문화재 환수는 물론 경매장에서 청나라 유물들을 사들이고 있다. 이들 유물은 1860년 2차 아편전쟁 때 북경에 진입한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약탈한 것이다.일제치하와 한국 전쟁을 거치며 우리의 유물들이 무려 10만점 이상이 사라졌으며 중국은 100만점 이상, 인도는 200만점 이상,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은 남은 게 없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아시아의 진귀한 유물과 문화재를 유럽과 미국, 일본에 가면 볼 수 있듯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물이 얼마 후 개인의 거실이나 비밀 금고, 유명 컬렉션 현장에 나타나는 것 아닌 가 싶어 아찔하다.
뉴욕에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 있다. 인류 6,000년의 문화 유산 중 고대 이집트 컬렉션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아스완 하이댐의 건설로 인해 수몰될 운명에 있던 누비아 유적을 구하기 위해 미국이 큰 원조를 하자 이집트 정부가 그 답례로 선사한 덴두르 신전이 밝은 햇빛이 들어오는 한면이 통
유리로 된 전시장에 높이 솟아 관광객을 맞고있다.
로마황제 아우구스투스에 의해 기원전 15년경에 세워진 이 거대한 신전은 이집트에서 해체되어 바다 건너 뉴욕으로 왔다. 이 신전을 볼 때마다 ‘보상할 것이 없어 영혼이 담긴 신전을 갖다바쳤나’ 하는 한편 ‘그곳에 그대로 있었으면 훼손되고 망가져 돌덩이가 되었을 수도 있는데 철저한 관리와 보호를 받는 뮤지엄에 오기 잘 했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분명한 것은 인류 문화 유산은 개인 소유가 아니라는 것이다.인간의 고귀한 정신과 혼이 예술로 표현된 문화재는 다같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인류의
발자취가 속절없이 사라져간 이번 사건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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