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이롭게 하는 말은 솜과 같이 따뜻하고, 남을 해롭게 하는 말은 가시처럼 날카롭다’
예로부터 언어와 행동이 군자의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언행을 삼가는 것을 군자의 도리로 삼았다. 말은 마음의 소리이기 때문에 말을 함부로 지껄이다가는 말 때문에 화를 초래하게 된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동의보감’은 육체의 병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말조심’하는 법까지 가르치고 있으니 건강이란 육체만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이 아울러 건전하여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을 가려서 하는 것은 수양의 한 척도라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민행신언(敏行愼言)이라 하여 행동은 민첩하게 하되 말은 신중할 것을 강조했다. 말을 잘못해서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구설수라고 하거니와 일단 내뱉은 말은 다시 거둘 수 없으니 신중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또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도 있다. 말 자체가 길흉을 좌우하는 어떤 신비한 힘이 있다고 보아 무의식중에 한 말일지라도 그것이 사단이 되어 예기치 못한 화를 입을 수도 있음을 경계한 말이다. ‘병은 입으로 들어오고 화는 입에서 나온다’는 것도 말은 화복의 근원이 되는 만큼 말조심, 입조심을 강조한 것이리라.
중국의 정치가 가운데 처세에 능한 ‘풍도’란 인물이 있었다. 그는 다섯 왕조에 걸쳐 여덟 개의 성을 가진 열 명의 임금을 섬겼을 정도로 처세술이 뛰어났다. 그가 지은 ‘설시(舌詩)’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
입은 화근이므로 말조심하자는 것으로 풍도는 이 시에서처럼 말조심을 처세의 기본으로 삼아 난세에서 영달을 거듭한 듯 싶다.
말을 삼가야 함을 비유한 말로 사불급설(駟不及舌)이 있다. 사(駟)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로 아무리 빠른 수레라도 혀에는 못 미친다는 뜻으로 ‘논어’의 안연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소문이 빨리 퍼짐을 비유하는 말도 되지만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탈무드도 ‘험담은 살인보다 위험하다. 살인은 한 사람만을 죽이지만 험담은 반드시 험담을 퍼뜨리는 사람, 그것을 듣는 사람, 그리고 험담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람 등 세 사람을 죽인다’며 말조심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한인사회가 조원일 뉴욕총영사의 ‘동포 비하 발언’ 주장에 관한 참과 거짓 논쟁으로 시끌벅적하다. 총영사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한인들도 만만찮다.
오래 전부터 총영사와 친분을 맺고 있는 한인 원로들은 ‘절대로 동포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총영사가 사석에서 "벤츠만 타고 다니는 한인단체장…" 등을 운운하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는 한 단체장은 "총영사는 한인단체장들을 사기꾼으로 몰아 부치는 발언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한인들의 의견은 ‘아닐 것이다’와 ‘괘씸하다’로 양분되고 있다. 때문에 뉴욕총영사의 ‘동포 비하 발언’에 대한 진위 여부는 확실히 가려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당사자인 총영사가 솔직한 심정으로 뉴욕으로 부임한 이래 사석이든 공석이든 동포를 비하했거나 또는 그런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 한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발표,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여하튼, 현재까지는 당사자들 외에는 총영사의 ‘동포 비하 발언’에 대한 참과 거짓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참이든 거짓이든 아니면 표현의 차이든 간에 ‘말조심’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일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口是傷人斧) 또는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口禍之門)이라 하여 ‘말조심’하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모든 한인들은 이번 총영사의 ‘동포 비하 발언’ 진위 논쟁을 거울삼아 아침에는 입, 점심에는 말, 그리고 저녁에는 혀 조심을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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