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전 킹스캐년에서 캠핑을 하던 한인 캠퍼가 포도를 씻으면서 수도 옆에 포도 몇 알을 그대로 버렸다가 국립공원 레인저에서 심하게 야단을 맞은 적이 있다.
이 캠퍼는 포도 찌꺼기 정도는 숲 속에 그냥 묻어두면 자연스럽게 나무들의 비료로 변할 것으로 쉽게 생각했다. 이에 대해 공원 레인저는 “함부로 버려진 음식 찌꺼기는 곰들의 먹이로 변해 캠프 사이트에 곰이 출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음식 쓰레기는 절대 자물쇠가 설치된 금속으로 만들어진 통에 넣어 처리할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캠핑장에 자주 나타나는 곰은 사살되기 때문에 포도 몇 알이 선량한 곰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도 상기하라고 그 레인저는 덧붙였다고 한다.
그동안 한인 여행객들이 문화적 차이와 여행 지역의 법규를 몰라 창피를 당했던 케이스는 헤아릴 수 없도록 많다. 샌디에고 인근 유명한 온천 리조트에 가면 한국어로 “풀에서는 항상 수영복을 착용하시오”라는 이해하기 힘든 사인이 있다. 왜 이런 사인이 붙어 있는지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일부 한국 할머니들이 온천을 하고 풀 옆 야외에 있는 샤워를 이용할 때 옷을 벗고 몸을 씻는다는 것이다.
피스모 비치에 가면 영어 외에 유일하게 한국어로 번역된 조개잡이 법규 안내문을 해변 레인저로부터 받아볼 수 있다. 한때 이 지역의 명물 대합이 한인들 때문에 씨가 말랐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무분별하게 한인들이 조개를 잡은 적이 있다. 이렇듯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면 가끔 삐뚤삐뚤 쓰여진 한국어로 ‘접근 금지’ ‘XX를 사용하지 마시오’ ‘XXX는 가져가면 안됨‘ 등의 사인을 볼 수 있어 여간 마음이 언짢은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여행지를 들르면서 한인들의 공공질서와 여행 문화가 매우 향상됐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지난 메모리얼 데이 연휴에 방문한 킹스캐년 시더 그로브 캠핑장 야영객 중 어림잡아 25%는 한인이었다. 그런데 이들 중 밤 10시 ‘조용한 시간’(quiet time)을 넘어서 일행과 시끄럽게 떠들거나 고성방가를 유발하는 팀은 단 한 그룹도 없었다.
한인들이 사용하고 돌아간 캠프 사이트는 처음 그대로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으며 음식들도 완벽하게 처리되어 사람이 사이트를 사용한 흔적조차 찾기가 힘들었다.
지난 4월 할리웃 보울에서 열린 이민 100주년 공연이 끝나고 한인 관객들이 쓰레기를 모두 입구에 있는 통에 버리고 퇴장한 점에 대해 할리웃 보울 관계자들은 아직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제 한인이 ‘모범 여행객’이라는 소리를 듣게될 날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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