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시즌입니다. 저희 집 큰애도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목회에 바빠 아들에게 소홀한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만사를 제쳐놓고 졸업식에 참여했습니다. 두 가지 인상적인 것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300여명의 졸업생 중에 김씨 성을 가진 학생이 34명이었습니다(저는 세리토스에 살고 있습니다). 둘째는 졸업(그래쥬에이션)이라고 하지 않고 프로모션(진급 혹은 상향 발전)이라고 한 표현한 것입니다.
프로모션이란 말은 기분 좋은 단어입니다. 인생이 시간이 흐름 속에서 계속 프로모션된다면 청신호가 켜진 길을 달려가는 기분일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의 역할과 그리스도인의 사역에서도 프로모션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직위의 수직 상승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낮은 곳으로 이동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끊임없이 이동해야 합니다. 주거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사역 현장에서 필요한 곳으로 움직이는 이동입니다. 필요한 사역의 현장으로 가능한 많이 그리고 신속하게 이동하여야 합니다. 제자리에 머무는 그리스도는 쉽게 생명력을 소진해 버립니다.
예수님을 보십시오. 그분은 본체 하나님이시나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않고 낮은 곳으로 이동하셨습니다(빌 2:6-9). 그분은 이 땅에 오셔서도 사람들이 말씀에 경청하며, 따르는 익숙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필요한 자리인 십자가로 이동하셨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민교회는 집사가 장로가 되려는 프로모션과 전도사가 목사가 되려는 수직 지위상승형 프로모션에만 익숙한 것 같습니다. 이런 프로모션을 위해서 온갖 애를 씁니다.
원래 프로모션이란 ‘앞으로 이동’이란 의미입니다. 영적인 프로모션은 결코 직위의 상승이 아닙니다. 영적인 면에서 ‘앞으로’는 대체로 아래를 향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영적 프로모션은 낮은 곳으로의 이동입니다. 교회에 익숙해진 성도들은 그렇지 못한 성도들이 더 잘 교회에 적응하도록 자기의 익숙한 자리를 비울 준비를 하고 교회에서 필요한 다른 자리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민 교회가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된 성도들의 민첩한 이동이 필요합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교회를 향하여 성도들의 믿음 진보와 사역을 위해 자신을 관제로 드릴지라도 기뻐한다고 편지합니다(빌 2:17). 관제란 제자 중에 가장 보편적인 제사였던 제물을 태워서 드리는 제사(번제)가 끝난 후에 이미 태워진 제물 위에 와인이나 올리브 기름을 쏟아 부음으로 모든 제사를 마무리하는 의식입니다. 빌립보교회를 세운 소위 창립 목사격인 바울은 앞자리를 물려주고, 남이 덜 관심을 두는 필요한 자리로 이동하여 모든 일이 잘 마무리 되도록 빈곳을 메우는 역할을 기쁘게 감당하겠다고 고백합니다. 주님의 교회는 성도들의 ‘아래로 향한 프로모션’을 먹고 든든히 세워집니다.
한 규 삼 (세계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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