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한국서 이민 와 뉴올리언스에서 살고 있는 중년부인이다. 한국서 대학을 나왔어도 영어가 서툴러 사귀는 미국 친구도 없고 취직 같은 것은 염두도 못 낸다. 영어를 연습하려 해도 주위사람들은 모두 바빠 말할 상대도 없다. 남편은 하루종일 직장엘 나가고 아이들은 학교에 다닌다.
이민 생활 수년이 지나도 그녀의 영어실력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그녀의 주위는 몇 안 되는 한국 사람들뿐이다. 몇 번 영어를 배우려고 YWCA나 커뮤니티 칼리지 같은 곳을 나가봐도 재미도 없고 전혀 진전이 없다.
종일 집에 있으면 왜 그리 쓸데없는 전화가 많이 걸려오는지. 모두 무엇을 팔려는 전화다. 처음에는 귀찮아 들어보지도 않고 끊어버렸으나 몇 번 이야기를 해보니 아주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해주고 말벗이 되어 준다.
그도 그럴 것이 세일즈맨이라는 사람들은 하루종일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원치 않는 것을 팔아야 한다. 물론 대부분은 거절이고 상대도 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 같이 말상대만이라도 해주는 사람은 그들에게는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김씨도 전화로지만 친절하게 말할 수 있는 상대를 찾게 되어 재미를 부쳤다.
그 후 걸려오는 전화는 모두 받고 상대가 끊을 때까지 되도 않는 영어로 지껄여 댄다.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부끄러울 것도 없다. 물론 사라는 물건은 사지 않고 쓸데없는 질문만 하고 설명만 듣는다. 나중에서야 한번 고려해 보겠다고 말해도 그들은 감지덕지다.
이런 버릇이 얼마간 지속되는 동안 김씨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영어실력이 부쩍 는 것에 놀란다. 이제는 미국사람 만나는 것도 두렵지 않고 오히려 누구든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많은 미국친구들이 생기고 친한 사람도 생겼다. 그중 한사람은 뉴올리언즈 도서관 매니저인데 그의 도움으로 김씨는 지금 도서관에 취직이 되어 보람 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세일즈맨 전화라고 무시할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김성자/뉴올리언즈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