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던가? 어느 날 갑자기 내게 “나 미국 애랑 결혼해도 돼요?”라고 물어왔다. “이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엄마, 나는 한국말로, 부인은 영어로 서로 도와주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잖아요” 한다. 그 당시 이 이야기는 나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들 생각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니는 학교 어느 미국 선생님의 딸을 마음에 둔 것이었다.
이곳에서 태어난 아들은 그 당시 한국 애들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살면서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그렇게 되어 가는가 싶어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나는 나름대로 집에서 열심히 한글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그것으로는 안 되겠다싶어 그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아들을 혼자 한국에 내보냈다. 한국에 계신 조부모님과 양가의 친척들, 그리고 사촌 형제와 자매들을 만나고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뿌리와 자기 정체성을 알게 되겠지, 하는 기대와 바람으로였다. 한달 반만에 돌아온 아들은 그 후 다행히도 자기가 미국사람이라든가 한국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말은 없어지고, 한자어까지 배워야 한다며 12학년 졸업할 때까지 다녔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설교나 드라마는 거의 다 알아듣는다.
그러던 작년 여름방학 때다. 아들은 대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며 일을 하니까 우리가 찾아가 만나야 한다. 이제는 여자 애들을 사귀었으면 해서 “너 아직 사귀는 여자친구 없니?”했더니 “있어요” 한다. 하도 반가워서 몇 가지 물어 보았더니 우리의 기대와는 영 다른 대답이었다.
차안에서 우리부부와 아들은 결혼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아들은 우리의 생각이 바뀌어야 된다하고 우리는 아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었다. 저녁식사를 함께 끝낸 후 기숙사에 내려 주고는 우리가 씁쓸한 표정을 짖자 “아빠 얼굴이 왜 그래요?” 한다. 아들은 우리의 마음을 다 읽었는지 그후 조심스레 물어 보았더니 이젠 여자친구 없다고 한다. 나는 아들을 믿으나 왠지 안쓰러웠다. 지금은 공부하면서 일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지만 언젠가는...
몇 달 전 시어머니가 된 친구에게 “너는 믿음 있고 야무진 한국 며느리를 보아 참 좋겠다” 했더니 “그래, 하지만 미국 애나 다름없어 얘” 한다. 아들이 결혼해서 떠난 후 좀 허전해 하는 눈치다. 결혼을 누구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어디에 가치관을 두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우리 아들이 과연 누구와 결혼을 하게 될 것인지에 더 신경이 써진다.
이민오신 1세의 부모님들이 1.5세나 2세 자녀들의 결혼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갈등과 어려운 과정들을 겪어야 하는지... 자녀들의 진정한 행복과 가치 있는 삶을 위해 부모가 얼마나 이해하고 져줄 수 있는지, 그리고 자녀들은 부모의 마음을 좀 더 헤아려보고 따라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벌써 자녀들의 결혼 문제가 우리의 절실한 기도제목이 될 줄이야.
신 혜 원 (새롬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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