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생태보존 공원에 무궁화가 피었다. 여러 그루의 무궁화나무에 보라색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은 이 달 초쯤으로 기억된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무궁화를 보게됐다.
어제도 없었는데, 녹색 잎 사이사이로 탐스럽게 꽃을 피운 무궁화나무가 긴 목을 드리우며 그곳에 있었다. 고상한 성품과 상서로운 기운이 서려 있는 무궁화. 몇 년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크기로 봐서는 제법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아침마다 반가움과 가슴 뭉클함으로 무궁화를 만난다. 매일 보는 무궁화인데도 이국 땅이라 그런지 볼 때마다 우리 꽃
에 대한 애착이 더욱 스멀스멀 솟아오름을 느끼곤 한다.
미국에 이민 와 무궁화를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뉴욕에 처음 왔을 때도 무궁화를 곳곳에서 보았다. 길거리를 걷다보면 어느 집 앞 자그마한 뜰에서 야무지게 핀 무궁화를 만날 수 있었다. 오가는 이가 드문 한적한 길가에 큰 키를 뽐내며 우뚝 솟아있는 무궁화나무를 본적도 있다. 여름철이면 이곳저곳에서 무궁화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미국 땅에서도 무궁화가 저렇게 충실하게 자란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만나든 무궁화 꽃을 볼 때마다 고국의 파란 하늘이 떠오르곤 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은 무궁화를 보면 떠오르는 고국 생각이 아닌가 싶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 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 나라 꽃
피었네 피었네 우리 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 나라 꽃”
30년도 훨씬 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많이 불렀던 노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시절에는 나라 꽃 무궁화에 대한 교육이 각별 났던 것 같다.
우리 국가의 상징인 국화요 겨레의 얼인 무궁화!
우리의 조국인 대한민국의 무궁화는 천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을 담
은 민족의 꽃으로 자리하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섬세한 아름다움’의 꽃말을 갖고 있는 무궁화는 원래 목근화, 무근화, 목금, 고송화 등으로 불렀다고 한다. 무궁화는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약 100일 동안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운다. 낱개의 꽃은 이른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기 때문에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며칠이 지나면 먼저 핀 꽃은 떨어지고 새로운 꽃이 그 뒤를 이어 피어난다. 이처럼 꽃과 꽃이 끝없이 이어 피는 꽃이란 뜻에서 무궁화라 했다고 한다.
무궁화는 참으로 아름다운 꽃이라 할 수 있다. 무궁화의 학명인 ‘하이비스커스(Hibiscus)’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하이비스커스는 이집트의 하비스 신처럼 아름답다는 뜻이다. 무궁화의 영어 이름은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이다. 샤론(Sharon)이란 성경에 나오는 성스러운 땅을 일컫는 말로 ‘신에게 바치고 싶은 꽃’ ‘성스러운 땅에서 피어나는 꽃’이라는 뜻으로, 무궁화는 가장 복 받는 땅인 샤론에 핀 장미라고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대단히 아름다움을 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무궁화는 귀족의 꽃이 아닌 국민의 꽃이기에 더욱 정겹다.
무궁화는 국민들에 의해 우리 나라의 국화가 됐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이홍직의 국어대사전은 ‘무궁화는 구한말부터 우리 나라 국화로 되었는데 국가나 일개인이 정한 것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에 의하여 자연발생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의 신부 리처드 러트가 쓴 ‘풍류한국’도 프랑스, 영국, 중국 등 세계의 모든 나라꽃이 그들의 황실이나 귀족의 상징이 전체 국민의 꽃으로 만들어 졌으나 무궁화만은 유일하게 황실의 꽃이 아닌 백성의 꽃 무궁화가 국화로 정해졌고 무궁화는 평민의 꽃이며 민주전통의 부분이라 기록하고 있다.
한국과 사계절이 비슷한 뉴욕에 7월이면 이곳저곳에서 무궁화가 핀다.
민족혼을 나타내는 무궁화는 우리들로부터 애국심과 함께 가슴 뭉클한 감동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고향을 떠나 뉴욕에 와서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조국의 상징인 무궁화는 정겨운 어머니처럼 가슴 찡한 그 무엇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무궁화는 씨로 번식되는 것은 물론 포기나누기나 꺾기 나누기로도 번식되며 옮겨심기를 잘해도 잘 자란다고 한다. 오는 8월15일은 우리 나라가 해방을 맞은 광복절이다.광복절을 앞두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궁화 한 그루 정도 앞뜰에 심어 놓고 정성을 다해 가꾸어 보는 것도 애국하는 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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