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성공한 지 1년도 채 안된 현직 주지사의 목을 날릴 것이냐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이제 막 초입에 들어선 선거 레이스가 한 편의 리얼리티 쇼처럼 펼쳐지고 있다. 소환투표가 실시되는 것 자체가 주 역사상 초유의 일인 데다가, 특급 할리웃 스타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포함 150명이 넘는 후보가 난립하는 보도 듣도 못한 상황이 현실화되면서 이번 주지사 소환 선거는 아예 ‘캘리포니아 서커스’라는 빈정거림 섞인 별칭이 붙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투표일인 10월7일을 기해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가 졸지에 실업자로 전락하고 그 자리는 슈워제네거가 따 놓은 당상처럼 보인다는 전망이지만, 과연 남은 두 달 남짓의 캠페인 기간 동안 슈워제네거가 ‘연예인’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진면목을 보일 수 있을지, 이미 충분히 드라마틱한 소환선거전의 전개 과정이 어떻게 이어질 지 등 흥미진진한 요소는 많다.
그러나 이번 주지사 소환선거가 아무리 TV쇼를 능가하는 오락성을 갖추고 있더라도 한인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이를 그저 남의 집 불 구경하듯 즐길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한인 커뮤니티의 관점에서 이번 주지사 소환투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하는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한인들의 반응은 물론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인 데이비스 주지사가 이민자와 소수계의 정치 권익 신장에는 확실히 유리하기 때문에 소환에 반대한다는 견해가 많은 반면 에너지 위기와 재정난 등에 제대로 대처 못한 그 동안의 실정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자동차 등록세를 올려 실망했다”며 소환 찬성표를 찍을 거라는 한인도 있었다.
데이비스의 실정 여부와는 별개로 이번 소환투표 실시 결정 자체가 한인 커뮤니티를 정치적으로 소외시키는 결과가 됐다고 분석한 한 한인단체 관계자의 지적은 특이했다. 지난해 주지사 선거에서 데이비스를 지지한 한인 유권자들이 대다수였는데 단지 유권자 6%의 서명 때문에 소환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한인 유권자들의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주지사 소환이 가뜩이나 어려운 캘리포니아 경제를 더욱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전망들에도 불구하고 소환투표 실시가 이미 현실이 된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한 가지다. 데이비스의 목을 붙여두는 게 한인 이민자들을 위해 더 나은 것이라고 여기든, 아니면 정치판에 뛰어든 ‘터미네이터’가 더 훌륭한 주지사감이라고 생각하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한인 유권자면 모두 투표장에 나가 반드시 한 표를 행사하는 결집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종 하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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