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를 영어 대신 한국어로 작성하는 편리한 시대가 되었다. 상품이나 서비스 구입 거래를 특정 언어로 했을 경우 계약서도 반드시 같은 언어로 작성하도록 규정한 ‘거래-계약서 동일언어 법안’(AB309)이 주의회를 통과했다.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 역시 이 법안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명, 내년 1월부터 실시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언어장벽으로 불편을 겪는 이민 1세들에게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인들이 이민생활에서 겪는 어려움 중의 상당부분은 낯선 언어와 문화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계약 문화이다. 미국사회는 계약서를 모든 거래의 법적 근거로 삼지만 한인들은 계약서 문화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모든 계약서는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심심찮게 잡음이 발생한다. 문서 없이 구두로 계약했다가 상대방이 마음을 바꿔 낭패를 보는 경우, 영어가 미숙해 엉뚱한 문서에 사인을 하고 뒤늦게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 등 계약과 관련된 크고 작은 해프닝은 한인사회에서 다반사로 일어난다.
한국어 계약서는 계약의 투명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득 난해한 영어의 뿌연 장막이 걷히는 것이다. 파는 측이나 사는 측이나 계약조건을 정확하게 이해, 상호 몰이해로 인한 마찰 소지를 많이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일부 악덕 업주나 중개인들이 영어 해득 능력이 없는 고객들을 악용할 가능성이 원천 봉쇄된다는 점이 반가운 일이다.
주택 매매, 융자, 법률 서비스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말 거래가 가능한 것은 발전된 한인 경제력 덕분이다. 앞으로 문서까지 한국어로 가능해지는 것은 라티노, 중국계 등 이민 커뮤니티의 정치력 덕분이다. 모국어 계약서 작성의 길을 튼 것은 라티노 커뮤니티였고, 한국어, 중국어, 베트남어, 그리고 필리핀계의 타갈로그어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한 이번 법안은 중국계인 주디 추 주하원의원이 제안했다.
라티노 커뮤니티는 90년대부터 스페인어 계약서를 사용해 왔지만 자잘한 세부 내용이 영어로 남아 있어서 이번에 세부 내용까지 스페인어로 번역할 것을 의무화한 법안을 상정했다.
우리가 라티노, 중국계 등 이민 선배 커뮤니티가 닦아놓은 정치력의 덕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 경제력이 갖춰지면 다음은 정치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 다민족 사회에서 필연적 수순이다. 이민 1백주년을 맞은 한인사회도 표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키우고, 이민 커뮤니티 전체의 권익을 향상하는 일에 구체적으로 동참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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