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동무들께.
저는 북한을 떠나 자유를 찾아 어느덧 미국에서 20년을 살아가고 있는 같은 북한 출신 탈북민입니다.
지금 이 편지를 쓰는 제 마음은 낯선 땅에서 두려움과 외로움, 그리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혼란 속에 계실 군인 동무들 곁에 조용히 앉아 손을 잡아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저 역시 고난의 행군 시절 먹을 것이 없고 더는 살 길이 보이지 않아 식량을 구하러 국경을 넘었습니다. 그때가 바로 군인 동무들 지금 나이쯤이었습니다.
모르고 나온 세상은 북한에서 배워왔던 것처럼 썩고 병든 세상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는 세계였습니다.
미국이라는 이 낯선 나라에 처음 왔을 때, 부모도 형제도, 아는 사람 하나 없었고 언어조차 통하지 않아 매 순간이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일하고 배우며 살다 보니, 이곳에서는 내가 벌어들인 땀의 대가가 누군가에게 바쳐지거나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나와 내 가족의 가치로 인정되는 진실한 노력의 가치였고 그렇게 살아오다 보니 지금 저는 제 이름 석 자로 된 집도 갖게 되었고, 사업도 하며, 이 사회에서 당당히 미국시민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삶입니다.
군인 동무들.
지금 조국과 가족을 떠나 낯선 땅에 갇혀 계신 심정이 얼마나 막막하고 두렵고 떨리는지, 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혹시라도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를 탓하고 괴로우실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이해합니다.
하지만 군인 동무들께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살아남은 것은 죄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조금만, 정말 조금만 용기를 내어 이 세상에 한 발짝 내딛으시면 여러분 앞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입니다. 그곳은 더 이상 구속당하고, 억눌리고, 감시당하고, 착취당하는 세상이 아닙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고, 노력한 만큼 꿈을 꿀 수 있는 무한한 기회의 세계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군인 동무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는 수만 명의 탈북민 선배들이 먼저 이 길을 걸어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 사는 우리는 부모가 되고, 형제가 되고, 가족이 된 심정으로 여러분을 진심으로 위하고 있습니다. 부디 마음을 굳게 붙들고, 건강을 잘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자유의 땅에서 서로를 얼싸안고 “잘 살아남았다”고 말할 그날을 위해 저희는 계속해서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군인 동무들,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살아남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자유의 세상에서 다시 만날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