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 실패한다. 관계에 어려움이 따른다. 한 마디로 되는 일이 없다.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는 일이고.
다시 해보는 거다. 관계회복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사업 재기의 방법을 여러 모로 모색한다. 그래도 일이 안 풀린다. 결국 결심을 한다.
그 결심이라는 건 떠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나는 거다. 어디로. 외국이다. 십중팔구는 미국이다. 이민에 나선다.
퍽 오래 전, 그러니까 90년대였던가. 한국의 TV 드라마를 보면 이런 식 스토리 전개가 적지 않았다. 이도 저도 안 되는 인생. 그 해결책은 이민이라는 식이다.
이민자는 일종의 삶의 실패자, ‘루저’라는 이미지가 고착돼 있는 느낌이었다. 당시 한국을 방문했던 미주 한인들이 자주 듣던 말도 이런 것이었다. “미국서 왔단 말하지 말아라.”
미주 한인의 이미지가 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모처럼 모국을 찾아가 친한 친구를 만났는데 듣는 말이 고작 이런 거였으니.
하기야 불쌍하게 보였을지 모른다. 부부가 밤낮 없이 뛰어야 페이먼트를 막을 수 있는 생활이다. 어딘가 억눌려 있다. 주머니 사정도 신통치 않아 보인다. 뭐가 좋아 외국서 그 고생인가.
상황이 그런데 요즘 들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한국의 한 케이블TV 홈 쇼핑이 캐나다 이민상품을 90분간 방송하자 이민상담 신청자가 무려 2,955명에 달했다고 한다. 신청자 중에는 40대 이하가 92%나 되고 대부분이 중산층 전문직 종사자라는 것이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너도, 나도 이민을 가겠다는 이야기다. 외국서의 그 고생에 자진해 뛰어 들겠다는 것이다.
왜 이들은 낯선 타국에서 그 고생스런 삶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까. 여러 말이 들린다.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 다니면 도둑놈) 등 우스개 소리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아이들 과외비를 감당할 수 없다. 도대체 진급이 안 된다….
표현은 여러 갈래다. 결론은 그렇지만 이렇게 정돈되는 모양이다. 한국은 불확실한 나라다. 그래서 10년 뒤 나의 모습, 가족이 맞을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다.
20대, 30대, 40대들이 그래서 이민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상황 역전이다. 미주 한인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으쓱댈 만도 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영 그런 기분이 아니다. 그리 반갑지 않은 뉴스로 들린다. 왜.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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