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적들이 결사항전을 하고 있다. 그들은 반드시 격퇴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과 희생이 필요하다”고 부시는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시는 연설 도중 누가 희생돼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전후 계획이 엉망이 된 지금 그는 최소한 미 국민들에게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에 대해 충분히 주지시키지 못한데 대해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한마디하거나 미군이 해방자로 환영받을 것이라는 등 낙관적인 전망으로 사태를 호도한 것이 실수였음을 시인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고의였는지도 모른다. 먼저 비용이 별로 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쟁할 것을 설득한 다음 나중에 “이제 와서 그만 둘 수는 없다”며 870억 달러를 요구하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주둔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3월 행정부 대변인은 700억 달러의 예산을 요구하면서 “6개월 후면 대규모 미군 병력이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부시는 전쟁 전부터 유엔의 승인을 얻지 않으면 전 후 복구에 유엔을 끌어들이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란 경고를 받았었다. 지난 3월 크리스 패튼 유럽 커미셔너는 “유엔의 승인 없이 전쟁을 하면 나중에 유럽이 복구 사업에 대대적으로 참여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부시는 이제 유엔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부시 연설 중 가장 놀라운 것은 누가 희생할 것인 가에 대해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연방 의회는 부시의 요구를 들어주겠지만 그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따져 물어야 한다. 미국은 대형 감세와 전쟁 및 복구비용을 함께 감당할 수 없음이 이제 분명해졌다.
부시가 진정으로 이 전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부유층을 위한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 부시와 그 친구들이 이를 위해 아무 것도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E. J. 디온/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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