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개척 교회 사모로 섬긴 지도 어언 이년 반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 지금 돌아보면 어느 한 순간도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한 영혼, 한 영혼이 주님 앞에서 자라가는 모습을 보며 기뻐했던 순간들, 지체들의 아픔을 품고 눈물의 기도로 동참했던 순간들, 그리고 지혜롭게 분별하고 선택해야 했던 아슬아슬했던 순간들. 이 모두가 내 자신과 우리 공동체를 빚으시고 견고히 세워 나가시는 하나님의 세심한 사랑과 훈련의 손길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교회 개척을 시작했을 무렵 기대하지 않았던 셋째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알고 눈앞이 캄캄해지고 그야말로 망연자실했던 암울한(?) 순간이 있었다. 우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막내둥이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어쨌거나 그 때 그 날은 하루종일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던 기억밖엔 없다.
’하나님, 어찌하여 이 한 몸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어도 부족할 개척교회 사모에게 이렇게 감당하기 어려운 쓴잔을 주십니까. 하나님,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흑흑흑...’
임신 사실이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지만 점차 현실로 받아들여지면서 하나님께 진지하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제게 왜 이 아이를 주신거죠? 이 아이를 통해 하나님께서 제게 무슨 말씀을 하기 원하시는지 알기 원해요’라고.
처음 바이얼린을 배울 때 선생님이 하시던 말씀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깨와 팔과 목에 힘을 빼고 릴랙스하면서 바이올린을 어깨 위에 가만히 올려두렴’처음 한동안은 그 조그만 악기가 얼마나 무겁게만 느껴졌는지. 하나님은 내게 힘을 빼고 그분에게 가만히 기대기만 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나의 힘으로 목회를 도와 뭔가 해 보려는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고 온전히 하나님만 신뢰하고 나아가기를 원하신다는 하나님의 마음이 전해졌다.
자기가 타고 다니는 차만 유독 눈에 잘 들어온다더니 어쩜 우리가 아이가 셋이 되다보니 기본이 자녀 셋 이상 되는 목사님, 선교사님 가정을 어찌 그리 많이 만나게 되는지. 그분들에게도 자녀를 통해 하나님이 주시는 메시지가 많았으리라.
교회 생일과 거의 같은 우리 막내 ‘개척동이’ 찬영이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또한 우리 교회가 자라는 것을 보고 있다. 우리 교회에 주신 특별한 부르심과 비전을 드러내는 그 어떤 사역을 펼쳐 나가기보다는 지금은 오히려 성도들을 사랑으로 품고 돌보며 영의 양분인 말씀으로 충분히 채워주는 양육하는 일이 우선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살아가면서 예상치 않은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 생길 때마다 우리 성도에게는 결코 우연은 없으며 그 일을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메시지가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로마서 8장 28절 말씀처럼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기 때문이다.
이지영(LA지구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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