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이민 100주년의 해도 이제 역사의 한 장을 접고 또 다른 100년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유대민족이 미국주류사회에서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교육의 힘이 큰 역할을 했듯이 한인사회도 다가올 100년을 위한 교육적 준비를 갖춰야할 때이다. 특히 최근 논의 중인 한영이원언어학교 설립은 이민자로서 이 땅에서 이뤄낼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아메리칸 드림이자 다가올 100주년을 위한 한인이민사의 교육대계 중 하나라 할 만하다. 이에 뉴욕시 이중언어교육국 권현주 연구관과 1.5세 장수교 교사를 초청, 교육 백년대계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우선 1세 교사로서 지나온 미주한인사회, 특히 뉴욕일원 한인사회의 교육실정에 대해 되짚어본다면?
*권: 미주한인이민역사가 100년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지나 한인이민이 급물살을 타면서부터 짚어볼 수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사회내 심한 인종차별이 있었던 점을 미뤄볼 때 한인들은 정착과정에서 타 소수계에 비해 고통은 덜한 편이었다고 보여진다.
내가 교직에 첫발을 들여놓은 1980년대 초 연방정부는 소수계 학생이 다수 재학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이중언어 의무교육 정책을 시행했다. 이는 학생들이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는 것이 미국생활 적응에 상당한 불이익이라는 것을 연방정부가 처음 인정한 케이스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당시 뉴욕시 공립학교에 재직하는 한인교사도 극히 적었다. 연방정책 때문에 학교에서 소수계 교사를 채용하긴 했지만 학생도 배정해주지 않아 교사들이 일일이 학급을 돌며 이중언어반에 등록할 학생들을 찾아다녀야 했고 주류사회 교사들의 차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심했다.
이후 1992년 발생한 LA 폭동 직후부터는 인종갈등 해결을 위한 정책적 차원에서 소수계 언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이후 특히 서반아어가 미국내 가장 강력한 제2외국어로 잡아가면서 한인을 비롯한 타 소수민족들은 상당한 혼동을 일으키게 됐다. 모국어보다는 낯선 서반아어를 제2외국어로 택해야하는 갈등, 또 모국어를 교육받는다해도 앞으로의
실용성 등을 고려해볼 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교육하는 정책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앞으로 한인이민사회의 교육계를 책임질 1.5세 한인교사로서 어떤 교육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가?
*장: 1.5·2세 한인교사들이 뉴욕일원에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겉모습만 한국인인 경우가 많다. 한국에 대한 애착은 없고 당연히 한국어는 구사하지 못할 뿐 아니라 스스로를 미국인이라고 여긴다.
나 역시 처음 교사가 됐을 때에는 한인사회나 한인학생을 별달리 염두에 두지 않았었다. 학교학생들이 동양인인 나를 보고는 교사라는 생각보다는 당연히 누구의 엄마이거나 베이비시터라고 여기는 태도, 또 영어가 불편한 부모를 둔 학생들을 은근히 무시하는 교사들을 목격하면서부터 한인학생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한때는 소수계라는 사실만으로도 괜히 기부터 죽어지내야 했지만 이제는 외국어를 많이 구사할수록 자랑거리이고, 또 다른 나라의 문화를 남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된다.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1.5·2세 한인교사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 것에 대해 1세로써 어떤 느낌을 갖는가?
*권: 1.5·2세 한인들의 교직 진출이 늘어나는 것은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주류사회내 한인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교사의 이미지를 오래도록 기억한다. 실력 있고 열정을 가진 한인들이 교사로서 학생들을 잘 교육해낸다면 자연스럽게 한국문화도 전파하고 한인의 위상을 높이게 될 것이다.
*장: 아직은 많은 1.5·2세 교사들의 나이가 어려 경력 많은 교사들로부터 어린아이 취급을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 특히 한인들이 교사로 많이 진출하면 더 이상 미국사회에서 아시안은 세탁소나 델리 가게에 갔을 때만 만날 수 있는 인종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길이 될 것이다. 교사는 학생의 장래를 바꿀 만큼 큰 영향을 주는 인물이라는 점에
서 상당히 중요한 직책이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자리다. 그 영향력은 무한하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한·영 이원언어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은?
*장: 미국에서는 많은 언어를 구사할수록 이점이 많다. 또 내가 태어났던 나라와 민족에 대해 궁금한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는 언어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다. 이원언어교육을 한국어와 영어로 실시할 수 있게 된 기회가 온 것은 한인사회로서는 너무나 기쁜 일이다. 보다 많은 한인사회의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권: 미국의 유명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세계에서 모국어를 가장 쉽게 잊는 민족이 한민족이라고 한다. 일제침략과 오래된 한문교육 등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자녀들이 미국사회에 동화되도록 모국어를 잊도록 그냥 놔두는 부모들이 많은 것이 안타깝다.
*장: 중국인 친구들과 달리 한인친구들은 함께 다닐 때도 거의 한국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 자신을 미국인으로 여기고 한국어에 대한 자부심도 부족하다. 한국어를 잘하는 것은 자랑이다. 영어는 이 나라의 지배언어이므로 당연히 해야하는 것일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현 세계정세를 비춰봤을 때 앞으로 한국어와 아랍어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제는 한인교장도 배출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권: 한인교장 배출은 미주한인이민사에서 매주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장이나 교육행정관직에 오르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교육정책은 항상 숫자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라틴계 학생이 많아지면서 자연히 라틴계 교장과 행정관이 늘어난 것이 그 증거다. 한인교장 배출은 한인학생이 많아지면 가능하겠지만 한인학생의 숫자는 최근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장: 아시안 학생들이 많아지면 학교는 학부모들을 의식해서라도 아시안 교사를 채용해 생색을 내려한다. 소수계 학생이 늘면 소수계 교사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1세와 1.5·2세로서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권: 교직에 대한 더 큰 열정과 도전정신을 가졌으면 한다. 이미 기반이 닦여져 있는 안정된 주변환경에 안주하기보다는 학업적으로 열악한 지역의 학교근무를 자청해 수년간 노력하면서 문제학생들을 우수생으로 길러내는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언어적으로 불편함도 없고 1세들보다 좋은 조건을 많이 갖추고 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모습도 보고 싶다.
*장: 1세들의 경험을 많이 나눠주었으면 한다. 아직 경험도 짧아 모르는 것도 많고 아는 일에만 관심을 쏟다보니 시야가 좁아지게 된다. 이원언어교육도 뉴욕한인교사회가 아니었다면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한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해 교직을 택하기보다는 학부 때부터 교사가 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1.5·2세들이 많아지길 기원한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악력 소개
■권현주
1997년부터 한인으로는 최초로 뉴욕시 교육국 산하 이중언어교육국에서 연구관으로 재직 중이다. 뉴타운 고교 이중언어교사(1980~83년)와 브라이언트 고교 ESL 및 ESL 사회과목 교사(1983~1997)로도 재직했다. 한국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버팔로 뉴욕주립대학에서 사회과학 석사학위, 롱아일랜드대학에서 교육학(TESOL)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뉴욕대학교에서 교육행정 및 감독 과정을 수료했다.
■장수교
미국명은 케일리(Cailee)로 PS 203에서 3학년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때 미국에 이민온 화교출신으로 외가의 혈통을 이어 한국인 혈통은 25%뿐이지만 모국어인 중국어보다 한국어 구사가 훨씬 능통하다. 나약 칼리지에서 초등 수학·과학교육을 전공했고 교장 추천으로 컬럼비아 대학 티처스 칼리지를 전액 장학금으로 마쳤다. 대학원에서는 읽기와 쓰기 교육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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