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을 교육계에 몸담아온 베테랑 교사 허병렬(뉴욕한국학교 교장)씨와 지난해부터 한국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 하승연(뉴욕브로드웨이 한국학교)씨는 제대로 된 한국교육만이 한인 1.5세·2세들이 미주류사회에서 떳떳이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자신의 뿌리를 알고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한 사람은 결코 사회에서 벗어나지 않는 다는 교육철학을 공유한다. 즉 학생들이 자신의 아이덴터티가 확실해야만 한인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미주류사회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지난 73년 개교 당시부터 뉴욕한국학교에서 교사활동을 시작한 허병렬 교장은 64년 뉴욕으로 이민와 테네시 대학과 뱅크 스트릿 대에서 초등교육 학·석사 학위를 각각 취득했으며 서울대학교 및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한 경력을 포함하면 55년간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베테랑 교사이다.
반면 지난해부터 대학원 실습과정으로 뉴욕브로드웨이 한국학교에서 보조교사직을 맡다 올해 봄학기부터 정교사로 채용된 하승연 교사는 교육계에 처음 발을 들여 논 초보교사. 하 교사는 파슨스대에서 예술행정학을 전공하고 현재 NYU 대학원에서 교육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한국에 대한 교육용 비디오 테이프를 제작하는 일에 4년간 몸담은 경험도 있어 한국교육에는 일가견이 있다.
세대와 경험이 다른 이들이지만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교육에의 소명의식을 공통분모로 갖고 있다. 각각 교육방식과 학생들을 다루는 방법 등은 다를지라도 열정 하나로 교육에 헌신·봉사하는 점은 같기 때문이다.
한국교육이라는 개념 없이 미국사회에 동화되는 길만이 성공의 잣대라고 생각하던 초기 이민시절 처음으로 뉴욕에 한국학교를 오픈한 허 교장이 들려주는 ‘한국학교 변천사’를 경청하던 하 교사는 한국학교가 현상태로 자리잡을 수 있기까지 30년간의 선배들의 발자취에 새삼 감동했다.
한국교육이 필요한가? 과연 중요한가? 라는 과거의 질문은 더 이상 한인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한인사회에 한국교육의 필요성이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며 한인사회와 미주류사회, 나아가 세계 인류문화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 하는 새로운 이슈가 등장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교육에 대한 소명의식 하나로 한글 지킴이가 되어온 허 교장 같은 선구자가 있었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고 컴퓨터를 통한 고도의 신기술이 보급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요즘 학생들에게 한글과 부채춤, 태권도 등만을 가르쳐서는 학생들의 흥미가 쉽게 사라질 것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다. 또 자신들조차 한국문화가 생소한 1.5세·2세 학부모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교육방법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생겼다.
이들은 한국학교가 한글만을 가르치는 곳으로 인식돼서는 안 된다며 한인사회가 한국학교를 ‘한국문화센터’로 인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한글교육이 한국교육에 핵심이기는 하지만 그 외 한국의 전통, 역사, 문화 등을 동시에 체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허 교장은 미국에서 자란 경험이 있어 아이들과 문화적·연령적으로 친숙한 젊은 교사의 수급이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 자신과 같이 경험이 많은 교사는 행정적, 정신적으로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젊은 교사들이 신세대 감각에 맞는 교육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학생들의 교육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칠판에 가, 나, 다, 라를 적어 쓰는 법을 가르치기보다는 한글 키보드를 이용해 타자법을 가르치거나 주입식 한글 교육보다는 TV 프로그램이나 한국영화를 통한 생활언어를 배우는 것이 더 흥미 있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 교사는 뉴욕브로드웨이 한국학교에서 한국영화를 통해 한글을 가르쳐보자는 기획안을 제안,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또 자신의 전공인 교육공학을 살려 인터넷 및 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숙제 제출과 한국 상황을 가지고 단문의 기사를 작성하는 등의 과제로 한국을 인식시키는 새로운 방법도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
학생들에 대한 교육방법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젊은 세대, 나이든 세대 할 것 없이 향후 100년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학부모와 한인커뮤니티가 깨닫는 것이 우선 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뉴욕·뉴저지 일원의 한국학교의 교사들이 교육에 열정과 소명의식, 최고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며 한인사회와 학부모가 각성해야 한국교육이 맥을 이어 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허 교장은 한국학교가 지난 30년간 가냘픈 생존을 해왔다며 학생들이 어린 시절 한국학교에서 배운 체험이 씨앗이 돼 품고 자랄 수 있도록 한인사회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김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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