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정초인 지난 10일 뉴저저의 파라무스에 있는 버겐 리저널 메디칼센터(Bergen Regional Medical Center)에서는 한국양로원 개원식이 열렸다.
이 양로원은 뉴욕지역에서 처음으로 생긴 한인전용 양로원이며 미국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느는 종합병원 안에 있는 독립 양로원이다. 이 양로원 설립에 앞장서 온 김지나씨(4)는 신앙의 힘과 각고의 노력으로 이 날의 결실을 보았다고 감격해 했다.
김지나씨의 공식 직함은 이 양로원의 부원장이며 총괄 이사이다. 원장은 김씨의 오빠인 김진씨(59)가 맡고 있다. 그러나 중풍 후유증으로 아직 몸이 불편한 오빠 대신 양로원 살림을 도맡아 하다시피 하고 있다.
김씨를 처음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가 양로원과는 어울리지 않는듯한 인상을 받기 쉽다. 중년의 나이이지만 나이 보다 젊게 보이는데다 어딘지 모르게 예술가의 모습이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이 그렇다.
1976년 한국에서 여고를 졸업한 후 가족을 따라 이민을 온 그는 줄리아드에서 성악 공부를 했고 벨지움 왕립음악원을 나온 소프라노이다. 그리고 졸업 후에는 각종 이벤트 사업에서 수완을 발휘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양로원을 하게 되었을까. 그에게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그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난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모태신앙의 교인으로 어릴 적부터 교회에 열심히 다녔고 특히 어머니의 신앙으로부터 위대한 영적 유산을 받아 신앙의 힘으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 출판사업을 하는 남편과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는 그는 결혼 전 성령체험을 받아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에서 1년간 노방전도를 하는 생활도 했다. 그 때 그는 인생을 많이 배웠다고 한다.그는 사업을 하던 오빠가 5년 전 중풍으로 자리에 눕게 되자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한인 클래식 가수 7명이 참가한 ‘빛으로’라는 찬양팀을 만들어 장애인이 많은 양로원과 고아원 등을 찾아 위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그는 양로원에 있는 노인들의 어려운 생활을 보게 되었고 이런 노인들에게 영적으로, 또 육적으로 편안한 노후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줄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골몰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지나씨는 오빠가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하자 1년 전부터 오빠와 함께 양로원 설립을 준비했다. 마침 버겐 리저널 메디칼센터에는 한국 노인들이 많이 입원해 있었고 밀알선교회가 예배실도 없이 병원 복도에서 5년간 한국어 예배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한인들의 열성을 인정해 주고 있던 터였다.
김씨는 사업 계획을 가지고 병원을 관리하는 버겐카운티를 설득하는 한편 스스로 의학 지식과 사회복지제도, 뉴저지 주법, 양로원 관리업무, 환자보호 요령 등을 공부했다. 이런 준비과정을 통해 한인전용 양로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이 양로원이 있는 버겐 리저널 메디칼센터는 뉴저지에서도 큰 규모의 종합병원에 들어간다.
이 병원은 65에이커의 넓은 면적에 숲과 깨끗한 공기를 즐길 수 있는 쾌적한 자연환경으로 둘러싸여 있다. 한국양로원은 병원 구내의 독립 건물에 170개의 베드를 갖추고 있고, 호텔처럼 모든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이 양로원은 자체 의료진도 있지만 종합병원의 시설을 공유하기 때문에 노인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고 특히 응급실, 중환자실, 재활치료센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응급환자에게 신속한 조치를 해 줄 수 있다고 한다.
한국양로원에 현재 전담 의사가 6명이데 앞으로 더 증원될 계획이며 간호사 8명, 보조간호사 8명, 소셜워커 1명, 리크레이션 디렉터 1명, 쿡 6명 등 모두 한인직원이 일하고 있다. 그래서 한인노인들과 치료, 상담 등 의사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양로원이란 차원을 넘어 한국인의 경로사상, 봉양정신으로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는 것이다.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물론 노인들의 식성에 맞는 우리 고유의 한식이며 오락도 한국인들이 즐기는 놀이를 할 수 있다. 기독교와 천주교의 예배를 일주일에 두 번씩 한국말로 보고 있으며 많은 교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찬양 프로그램 등을 선사하는가 하면 각종 종교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 노인들의 치료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그밖에 한국양로원에서는 새로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마련, 임종을 맞는 노인들이 편안히 운명하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자신이 하고 있는 양로원 사업이 미국에서는 장벽이 높은 사업이라고 했다. 법적 규제나 시설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노인을 돌보는 일이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양로원을 사업으로 생각하면 반드시 실패를 할 뿐이며 오로지 하나님이 하는 일을 대신 한다는 종교적 사명감이 충만할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씻겨주고 닦아주고 껴안아 주면서 그는 이런 사랑의 실천을 통해 영적 구원에 매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기뻐서 울고, 가슴 아파서 울고, 슬퍼서 울고, 힘들어서 우는 때가 하루에도 몇 번씩이라고 했다.
한국양로원을 개원하자마자 김씨는 양로원의 시설과 서비스를 한층 더 개선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올해 안에 한방과 양방을 겸한 의료 서비스를 확대하여 중풍 등 노인성 질병을 치료하는 침술, 특별재활 프로그램, 지압, 맛사지 등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또 양로원 입주 노인들 뿐만 아니라 지역 한인노인들을 위한 코리안 클리닉을 개설하고 양로원을 방문하는 가족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170개인 베드 수를 250 내지 300개로 확충할 계획이란다.
그러나 김씨가 미래를 그리고 있는 그림은 이 양로원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노인들을 위한 양로원, 장애인을 위한 시설, 어린이를 위한 데이케어등을 모두 돌보아주는 종합 메디칼센터를 세우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리고 동서의학과 대체의학을 가르치는 의과대학까지 세우고 싶다고 했다.
이런 사업이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안다고 했다. 특히 한국양로원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밀알선교회와 각 교회 및 천주교의 목회자와 자원봉사자들이 헌신적으로 도와주고 있는 데 대해 감사한다고 했다. 그는 한인사회에서 좋은 일을 위해 서로 돕고 힘을 합쳐 밀어준다면 큰 일을 해낼 수가 있으며 그의 꿈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기영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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