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촬영 작업은 어떻게 보면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벽을 기다리고 석양을 기다리는 일이라든가 빛이 나타나고 구름 뜨길 기다리는 일 등 바람이 일고 멎는 일 그외에도 기다림의 이유는 많다. 그것이 한 두 시간이 될 수 있고 몇날 몇주가 될 수도 있으며 몇 개월 또는 몇 년이 될 수 있다.
필자가 방문했던 11월의 브라이스 캐년은 제법 쌀쌀한 초겨울 날씨 같았다. 새벽의 스치는 바람이 손이 시릴 정도로 차기는 하지만 일출의 장엄함을 기대한다면 이 얼마나 뿌듯한 기다림이 되겠는가!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지점에서 사진을 촬영한 후 몇 차례 더 작업을 하고자 무거운 배낭을 메고 급히 오르내렸더니 숨이 차왔다. 육안으로 식별이 안 되는 고도를 확인해보니 해발 2,937 미터나 된다. 브라이스 캐년은 고원지대의 낭떠러지 지대를 따라 광범위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 캐년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기묘하게 생긴 후두(hoodoo)라고 불리는 석회암 봉우리들이 14개의 거대한 원형 경기장 모양의 지형 안에 꽉 들어차 있는데 마치 악어 꼬리처럼 뾰죽뾰죽 하기도 하고 갑옷 입은 병정 같기도 하다.
그렇게 많은 무수한 봉우리들이 강렬한 이른 새벽 햇살에 반사되어 휘황찬란한 황금색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붉은 색을 띄우더니 곧 핑크색으로 변하는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또한 레인보우 포인트에는 물감을 쏟아 부어 칠한 듯한 흰색, 오렌지, 노랑, 붉은 색, 보라색이 정신을 몽롱하게 만든다. 신의 손길로 빚은 작품이 아니라면 이토록 시각적 충격을 줄 수 있을까! 캐년 전체가 환상적이며 경이로울 뿐이다.
비와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고 녹기를 수 만년, 풍화 작용과 함께 독특한 지질을 분해시켜 오늘의 캐년을 탄생시킨 것이다. 6,000만년 전 이곳은 지각변동이 심한 호수였으나 모래 진흙, 다양한 진흙 등 다양한 지층의 침전물이 퇴적되고 탄소화 되는 과정에서 철분이 생성되어 바위가 붉은 색을 띠는 특이한 봉우리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곳의 트레일은 장장 50마일이나 된다.
시간을 내어 수백 피트 밑바닥으로 내려가 바위 사이를 한 번 걸어보든 지 아니면 나귀를 대여해 트레일을 돌아본다면 붉은 석회암 사이사이에 햇살이 비치고 반사되고 부서지는 황금 물결에 그만 넋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꾸불꾸불 트레일을 따라 걷는 묘미는 위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얻을 것이며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1875년 선박 제조업자인 에비네저 브라이스가 스코틀랜드로부터 미국에 이민 정착하면서 캐년을 발견, 개척한 것을 기념하여 1924년 브라이스 국립 공원으로 명명되었다.
<이동곤: 국제 프리랜스 사진작가협회 정회원 및 다니엘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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