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 새 보조기구 수업에 ‘활력’
TV 리모콘같은 모양에 교수-학생 질문·대답 ‘즉시 소통’
수백개 대학에 30만여개 보급… 출석률 오르고 강의 분위기 좋아져
요즘 전국의 대학교수들에게 새로운 강의 보조 도구로 등장한 것이 있다. 컴퓨터에 연결된 작은 무선 키패드가 그것으로, 학생들은 교수가 한 질문에 대해 손을 드는 것이 아니라 키패드의 단추를 클릭해서 대답한다.
그 결과가 곧 교실 정면의 스크린에 나타나기 때문에 강의실이 아니라 TV 게임쇼에나 어울리는 장난감이라는 말도 듣지만 사용하는 교육자들은 이 작은 기계 덕분에 교실에는 전에 없던 활기가 넘친다고 말하고 있다. 수줍은 학생들도 참여할 수 밖에 없고,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던 학생들도 더이상 혼자 설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인디애나 대학의 사회학 교수 멜리사 와일드는 다지선택식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강의를 얼마나 알아듣고 있는지를 측정해 그 난이도를 조절한다. 때로는 이 장치가 400명이 수강하는 교실을 사회학 실험실로 바꿔 놓기도 한다. 이번 학기초, 와일드는 학생들에게 인종, 가구 소득, 소속 정당등 몇가지 질문에 대해 키패드로 대답하게 했다. 그 데이타는 즉각 취합되었고, 바로 다음 시간에 그 결과를 놓고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전국 평균과 비교할 때 고소득층은 3배가 많고 저소득층은 5분의 1에 불과한 조사 결과에 스스로 놀란 학생들은 그 이유를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진짜 사회학을 하게 된 것이다.
텔리비전의 리모트 콘트롤과 생김새도, 기능도 비슷한 이 키패드가 보내는 적외선 신호를 받아 들이는 리시버가 컴퓨터와 연결되어 분석해낸 데이타는 프로젝터나 클래스 웹사이트에 띄울 수 있다. 누가 무슨 대답을 했는지 학생들은 모르지만 교사는 키패드의 시리얼 넘버로 알 수 있으나 공개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학생들은 이 키패드는 좋아하는 것 같다. 오하이오주 켄트주립대학에서 회계학을 가르치는 웬디 티츠가 지난 1월부터 이를 사용하고 있는 3개 클래스에서 조사한 결과 학생들의 71%가 키패드 사용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츠는 학생들이 수업중 정신차리고 집중하라고 이 키패드를 사용했는데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학생들 사이에 정답을 말하려는 동기가 더 크게 부여됐다고 했다.
와일드 교수의 사회학 강의를 듣는 인디애나대 1학년생 댄 빌릭은 키패드를 사용하면 너무 인간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라고 말한다. “교과서에 쓰인 묵은 통계가 아니라 바로 10분전에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한 통계를 가지고 공부하니 훨씬 흥미롭습니다”
개임쇼와 비슷할 것 같지만 단추를 누르고 곧 정답을 알게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는 플로이드에게 가장 걱정되는 것은 깜빡 잊고 키패드를 가져가지 않는 것이다. 퀴즈 보는날 키패드를 잊어버리면 연필로 종이에 답을 써야 한다.
이 키패드는 텍사스주 덴튼의 e인스트럭션이 이제까지 450개 이상의 대학에 12만5000여개, 이밖에 초중등교에도 팔아왔다. 이 회사의 주 경쟁사인 에듀큐의 경우 20만여개를 보급했는데 그중 반이 작년에 팔린 것이다.
개당 5달러에, 대부분 교과서와 함께 팔리고 있는 키패드를 사용하는 클래스는 출석률도 향상된다. 아울러 수업중 e-메일, 인스턴트 메시지를 주고 받거나 온라인 샤핑을 하는등 한눈을 파는 학생들도 크게 줄었다.
한편 키패드 이용에 익숙해지면서 수줍은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높아질 것인지에 대해 다트머스대학의 심리학교수 크리스 전스텟은 학생들의 반응을 볼 때 그럴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스탠포드대학의 명예교수 래리 큐번은 30년전 스탠포드에서도 비슷한 리모트 콘트롤 장치가 공학관 책상마다 설치된 적이 있었지만 몇번 쓰다말아 결국 철거되었다며 지금은 새로운 맛에 효과를 보는지 모르지만 계속 그럴지 여부는 교수들이 얼마나 적절히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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